“헬스케어에 몰리는 돈 … 10년 침체기 지났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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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 상반기 국내 헬스케어펀드는 6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는 20% 안팎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높은 쪽에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운용사인 섹토럴에셋메니지먼트 마이클 조스트롬(사진) 최고운용책임자(CIO)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헬스케어 펀드 성과는 셀트리온·오스템·한미약품 같은 일부 기업 주가 상승 때문”이라며 “이들 기업이 글로벌 대형 헬스케어 시장을 대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현재 37억 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 올 3월 한국의 한미약품이 미국 일라이일리에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기술을 수출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신약을 연구개발(R&D)하는 대신 신흥국 제약사가 어느 정도 개발한 신약을 사들이는 투자개발(I&D)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가 개발한 만성 염증 질환인 다발성 광화증 치료제 코판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진 않다.”

 - 신흥국 제약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선진국 제약사 대비 경쟁력 있는 분야는 복제약이다. 이스라엘 테바 역시 복제약 분야에 강하다. 중국 제약사도 성장 가능성이 큰데,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지 다른 국가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 헬스케어 시장 내에서 돈은 어디로 움직이나.

 “여전히 선진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많다. 판매나 이익 측면에서 선진국 헬스케어 시장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같은 이벤트를 활용한 투자 기회도 더 많다. 하지만 본사는 중국 제약사도 눈여겨보고 있다. 기업간 M&A가 활발해지면서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된다.”

 - 특정 업종에만 투자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 시장 규모가 작고 변동성도 클 것 같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시가총액은 4조8000억 달러(약 5500조원)가 넘는다. 일본 시장과 비슷한 규모다. 또 경제가 성장할수록 이 분야 정부와 개인 지출도 는다. ”

 - 그리스·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헬스케어 업종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대외 악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이 헬스케어다. 경기에 민감하지 않아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힐 정도다. 다만 대외 악재가 생기면 주식 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 투자자가 헬스케어 업종을 선호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같은데.

 “MSCI 헬스케어 지수를 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MSCI 글로벌 지수 보다 성과가 나빴다. 반면 2011년부터는 성과가 더 좋았다. 10년 가량 침체를 겪으며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기업 가치)이 낮았다는 점이 부각돼 투자가 늘었다.”

염지현·정선언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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