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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통가옥·공장 개조, 동굴·공방 카페까지 … 멋도 맛도 최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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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카페공작소’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세화해수욕장과 맞닿아 있다.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카페 앞 둑이 인기 포토존이다.

750개 가까이 되는 제주도 카페에서 딱 20곳만 골랐다. ㈔제주올레를 비롯한 제주 주민, 그리고 제주 관광업계의 추천을 받았고, 여행 블로그나 SNS의 의견도 참고했다. 제주 카페 20곳 중에서 6곳은 긴 설명과 함께 소개하고 나머지 14곳은 표에서 짤막하게 소개한다. 본업은 카페지만, 음식점 허가도 받아놔서 술이나 밥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제주올레가 이어준 인연  │  카페동네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동네’. 주인 부부가 2층 집에 머물며 카페를 운영한다.

구좌읍 종달리의 ‘카페동네’는 사연이 각별하다. 주인 박경희(36)씨는 2011년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로 여행을 왔다. 올레길을 걷던 도중에 아내를 만나 이듬해 3월 결혼했다. 아내와 제주 이민을 결심하고 정착할 지역을 고민하다 고른 곳이 종달리다. 이 동네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났단다.

대표 메뉴는 박경희씨가 직접 개발했다는 당근빙수(사진)다. 커피만 팔아서는 경쟁력이 없을 듯해 구좌읍 특산품 당근을 사용한 빙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어른 팔뚝만한 씨알 굵은 당근을 겨울 수확철에 대량으로 사놓고 저온창고에 저장해

1년 내내 사용한다. 당근즙을 내고 우유와 연유를 섞어 꽁꽁 얼린다. 얼음을 잘게 갈고 호두 등 견과류를 올린다. 당근빙수 9000원,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 5길 23, 070-8900-6621.

카페 천국 월정리 해변  │  제주맑음

월정리 해변이 바라다보이는 ‘제주맑음’ 카페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다.

제주도에서 카페로 이름난 지역이 구좌읍 월정리 해변이다. 500m 길이의 해변에 카페 30곳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월정리 카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은 ‘고래가 될 카페’다. 허름한 집을 카페로 개조하면서 콘크리트 벽에 가로로 길게 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바다가 보이게끔 꾸몄다. 액자처럼 생긴 카페 풍경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전국 명소로 떠올랐고, 월정리 해변을 따라 카페가 줄줄이 들어섰다.

‘제주맑음’은 월정리 해변에서도 제일 끄트머리에 있다.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다른 카페보다 한적하고 테라스가 넓어 바다를 바라보기에 좋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들어간 뚝배기 함박스테이크(1만7000원)와 수제 햄버거(1만5000원·사진), 한라봉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는 한라봉에이드가 잘 팔린다. 7500원. 제주시 구좌읍 행원로 1길 32-3, 064-784-0784.

시인의 사랑방  │  시인의 집

전통가옥을 개조한 ‘시인의 집’은 차분하다. 커피만큼 잘 팔리는 피자(오른쪽).

중견시인 손세실리아(52)씨가 운영하는 카페. 100년 된 제주 전통가옥을 카페로 개조했다. 제주도에서 살고 싶었던 시인이 2011년 현재의 ‘시인의 집’ 건물을 산 다음 개조했다. 바깥채는 카페로 꾸며 커피를 팔고, 안채는 가정집으로 고쳐 시인이 들어가 살고 있다.

“손님이 우리 카페에 와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여기에 와서 차분하게 여행을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작업실로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공간은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차렸어요.”

테라스 자리에서는 바다를, 홀 좌석에서는 책장을 마주한다. 현재 시인은 경기도 일산과 제주를 오가며 생활하기 때문에 카페에 가기 전에 문을 열었는지 전화로 꼭 확인해야 한다. 아메리카노 5000원, 와인 1잔 1만원, 피자 2만5000원. 제주시 조천읍 조천 3길 27, 064-784-1002.

용암동굴에서 차 한 잔  │  다희연 동굴카페

‘다희연 동굴카페’는 용암동굴 안에 들어앉아 있다. 카페 주변은 유기농 녹차밭이다.

온누리 약국 창업자 박영순(69) 회장이 일군 유기농 녹차밭 ‘다희연’ 안에 있는 카페. 특이하게도 동굴에 카페를 들였다. 박 회장은 2005년 약국사업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와 현재 다희연이 위치한 곶자왈 지역(20만㎡)을 사들였다.

땅을 개간하다가 박 회장은 우연히 천연동굴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동굴을 방치했는데, 주변의 거문오름이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자 동굴 입구를 손 봐 2009년 카페를 열었다. 세계자연유산이 된 거문오름과 주변 용암동굴이 다희연에 있는 동굴과 형성시기가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박 회장이 추천하는 메뉴는 녹차라떼다. 그는 “여기 녹차에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다”며 “녹차라떼는 녹차가루로 만들어 녹차를 100%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차라떼 6000원, 4월에 수확한 새순녹차 7000원.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117, 064-782-0005.

제주커피를 마시다  │  농업회사법인 제주커피

농업회사법인 ‘제주커피’ 카페에는 향긋한 커피향이 진동한다.

“해외 유명 커피 산지를 보면 화산토, 해안, 평균기온 18~25도의 조건을 갖춘 곳이 많아요. 이 중에서 제주도는 기온만 빼고 두 가지 조건을 갖췄어요.” 2008년부터 제주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제주커피 노진이(48) 대표의 설명이다.

노 대표는 1년에 커피 원두 약 100㎏을 생산한다. 커피 농사는 아직 초기 단계라 수확량이 적다. 현재 제주산 100%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이유다. 대신 하와이·과테말라 등 10개 나라에서 수입한 커피에 제주커피를 20% 섞어낸다. 이마저도 10월에 열리는 커피축제 기간에만 맛볼 수 있다. 평소에는 수입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매한다. 핸드드립 라떼 6000원. 5명 이상이면 커피 콩 볶기 체험을 할 수 있다. 1인 3만원. 농업회사법인 제주커피 제주시 일주동로 404-4, 064-721-0055. 서귀포시 남원읍의 농업회사법인 코리아커피와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씨앤블루카페도 커피나무를 키운다.

가장 뜨거운 제주 카페  │  앤트러사이트 한림

고구마 전분 공장을 개조해 만든 ‘앤트러사이트’ 한림점. 빈티지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핫한 카페는 한림의 앤트러사이트다. 정식 오픈 전인데도 평일 하루 최소 300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앤트러사이트’는 전국에 모두 세 곳이 있다. 본점은 서울 합정동에, 분점은 경기도 양주와 제주도 한림에 있다. 신발공장을 개조해 만든 본점은 합정동과 홍대 일대에서 인기 카페로 꼽힌다. 한림 분점은 1951년 세워진 고구마 전분 공장을 개조해 들어갔다.

옛 공장에서 사용했던 기계와 각종 장비가 카페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돌이 박힌 건물 벽도 처음 지어질 때 모습 그대로다. 원래 시멘트가 발라져 있던 바닥 일부를 드러내고 현무암을 깔았다. 수로에는 고사리와 각종 식물을 심어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커피는 본점에서 직접 볶은 것을 받아다 쓴다. 현무암 양초, 제주 풍경을 담은 엽서와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아메리카노 4500원, 한라봉쥬스 6000원,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564, 064-796-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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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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