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요코하마 쪽방촌을 배낭족 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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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시의 고토부키(壽)는 과거 ‘여인숙 동네’였다. 1950~80년대 요코하마 항만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1만 명 정도가 이곳을 ‘쪽방촌’처럼 이용했다. 90년대 들어 동네는 쇠락했다. 주민 6500여 명 중 절반이 60세 이상이었고 80%는 생활보호 대상자였다. 이들마저도 하나둘 동네를 떠나면서 빈방이 늘었다. 고령자만 남아 생기 잃은 동네였던 고토부키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해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고토부키의 이런 탈바꿈은 20대 청년의 아이디어가 있어 가능했다. 2005년 당시 20대였던 오카베 도모히코(岡部友彦·38·사진)는 “고토부키의 집 주인들이 빈방이 많아져 곤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고토부키는 하네다공항과 도쿄에서 차로 20분 거리였다. 오카베는 남아도는 빈방을 여행객들에게 숙소로 제공하도록 동네 주민들을 설득했다. 집주인들은 방을 여행객들을 위해 꾸몄고 오카베는 사회적 기업 ‘고토랩’을 세워 체계적으로 이를 홍보했다. 결국 4개 호스텔을 중심으로 100여 개 방을 하루 3000엔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카베와 주민들은 ‘위험하고 무섭다’는 동네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고선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걸 알았다. 이들은 즉각 ‘1평짜리 평상 프로젝트’에 나섰다. 요코하마시의 지원금을 받아 동네 곳곳에 1평짜리 평상을 설치했다. 그러자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시간을 보냈던 주민들은 평상에 앉아 함께 시간을 보냈다. 버려진 차량과 쓰레기를 치우면서 ‘동네를 함께 꾸몄다’는 인식도 공유하게 됐다. 차츰 고토부키를 찾는 여행객이 많아지자 집주인들은 자발적으로 화단을 조성하는 등 환경을 꾸미기 시작했다. 고토부키를 찾는 해외 배낭여행객들은 더욱 많아졌고 동네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마을 개선 사업은 투표 독려 운동으로 확대됐다. ‘투표하지 않으면 외면당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카베와 주민들은 2006년 요코하마 시장 선거 당시 마을 곳곳에 투표소로 향하는 삼각형 화살표 600개를 붙이고 ‘투표하러 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 때문인지 당시 요코하마시 전체 투표율은 하락했지만 고토부키의 투표율은 올랐다. 오카베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바다 안에는 플랑크톤·고래·멸치 등 여러 생물이 있는데 이들이 순환하면서 바다 생태계가 유지된다”며 “시민들도 각자 역할을 맡아 적극적으로 나설 때 동네 공동체를 이루고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윤석만·노진호·백민경·김민관 기자, 정현령·전다빈 인턴기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김준영·김한울 연구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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