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육절기 시신 훼손 사건 용의자에 살인 혐의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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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인의 집에 불을 낸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이 남성이 정육점에서 쓰는 육절기를 이용해 집 주인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3부(노정환 부장검사)는 21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김모(58)씨에게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월 4일 오후 8시20분에서 다음날 오전 9시10분 사이에 집 주인인 박모(66·여)씨를 살해한 혐의다. 또 미리 구입한 육절기를 이용해 박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월 9일 박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벌이던 경찰의 현장 감식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던 박씨의 집 별채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은 당초 김씨가 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박씨의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목격자도 없고 김씨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증거를 찾지못해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김씨가 버린 육절기 곳곳에서 박씨의 혈흔과 인체 조직 등을 발견했다. 또 김씨가 훼손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화물차에 싣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TV(CCTV)를 확보했다. 김씨의 화물차량 뒷좌석에서도 박씨의 혈흔이 발견됐다.

또 사건 발생 2주 전인 1월 말 김씨가 인터넷에 골절기와 민찌기(고기 다지는 기계), 띠톱 등을 검색했고 실제로 육절기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의 집 컴퓨터에선 인체해부학 동영상도 발견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박씨의 집 별채를 임대해 15년간 거주했다. 지난해 9월 박씨의 남편이 사망하자 그는 박씨에게 "예쁘다. 친구하자"며 꽃을 건네는 등 구애했다. 그러나 박씨가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별채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자 박씨를 살해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박씨에게 구애를 했던 정황 등은 모두 인정을 했지만 여전히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며 "그러나 DNA 등 과학적 증거로 판단했을 때 김씨가 계획적으로 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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