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도 들어가는데 왜 막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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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의 회의장에 조흥은행 노조원들이 무단 난입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지금 노조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노조원 20여명이 매각 심사를 하는 회의장에 진입을 시도했고, 위원장 등 4~5명이 들어가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청경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청와대도 들어가는데 너희놈들이 무슨 근거로 출입을 막느냐"는 등 극단적 언사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 사회는 법과 논리는 뒷전이고 집단의 힘만이 판을 치는, 가위 노조천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렇게 번진 데는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올해 1월 조흥은행 노조위원장 등과 비밀리에 만났다.

청와대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5월 26일 노조관계자들과 만났고, 6월 2일 청와대에서 이정우(李廷雨)정책실장 주관으로 노.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 은행에는 이미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투입된 상태다.

따라서 이 은행의 매각 문제는 노조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와의 문제다. 그 피해는 국민 전체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가, 국민경제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가.

대답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노조의 말을 들어줄 듯이 처신을 했으니 노조가 안하무인이 된 것이다. 노조 쪽에서 "청와대도 들어가는데…"식의 언사가 나오게 된 것은 바로 청와대의 자업자득이다.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 건물에 노조원들이 무단 침입한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 행위다. 그런데도 예보는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불법으로 떼를 써도 유야무야되니 노조의 기세는 더욱 오르고 나라의 법은 유린되는 것이다. 제발 불법집회.불법시위 등을 감싸지 말고 법에 따라 처벌하라.

이번 사태를 어물어물 넘긴다면 제2,제3의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제발 '코드'가 어떻고 하며 더 이상 노조를 법 위에 올려 놓으려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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