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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뮤지컬 '시카고'…내달 런던팀 한국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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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봐 세상을 깨워봐 앤 올 댓 재즈, 무릎을 세우고 스타킹도 벗고 앤 올 댓 재즈, …거친 사람들 모두 모이는 곳 앤 올 댓 재즈, 난 누구의 아내도 아니야 내 인생을 사랑해 앤 올 댓 재즈!"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시카고'를 본 관객이라면 캐서린 제타 존스가 농염하게 부른 노래 '올 댓 재즈(All that jazz)'의 리듬을 기억할 것이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영화 '시카고'의 원작인 뮤지컬 '시카고'가 한국을 찾는다. 7월 2일부터 8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시카고'는 영국 런던 순회공연팀의 무대다.

공연에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엔드 아델피 극장에서 5년째 장기 공연 중인 '시카고'를 미리 봤다. 그간 한국에서 번안돼 여러번 무대에 올랐던 '시카고', 많은 화제를 뿌린 영화 '시카고' 와는 다른 제3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뜨고 싶어" vs "좀 더 자극을 줘"

1920년대 미국은 재즈의 열기와 함께 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는 등 심한 사회적 혼돈기였다. 뮤지컬 '시카고'는 살인과 간통.부패.배신 등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어두운 면을 비꼰다.

나이트클럽의 코러스걸인 록시는 정부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다. 그곳에서 바람 핀 남편을 죽인 혐의로 수감된 댄서 벨마를 만나게 된다. 벨마와 록시는 각자 언론의 관심을 끌어 스타가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믿었던 변호사는 두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언론은 좀 더 자극적인 치정 사건들에 눈을 돌린다. 우여곡절 끝에 두사람은 힘을 합쳐 함께 무대에 올라 열정적인 춤을 선보이며 극은 끝이 난다.

'시카고'는 연출가 밥 포시에 의해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은 작고한 밥 포시를 기리기 위해 1996년 리메이크한 것이다.

어둡고 암울한 주제이지만 작품 곳곳에 재치와 유머가 숨어 있다. 특히 여장남자 기자의 우스꽝스러운 연기는 언론의 이중성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

# 단조로운 무대 vs 화려한 개인기

일반적으로 뮤지컬 하면 화려한 무대 세트를 떠올린다. '오페라의 유령'의 떠가는 배, 최근작 '치티치티 뱅뱅'의 날아다니는 자동차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시카고'의 무대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단조롭다.

무대 가운데에 재즈 밴드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배우들은 조그마한 공간을 활용해 춤추며 노래한다. 마치 1920년대 미국의 한 도시에서 열리는 극장 쇼에 가 있는 듯한데, 이는 제작진의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연출가인 앨리슨 폴라드는 "오로지 배우의 춤과 노래, 연기만으로도 보여줄 게 많다. 강렬한 조명만 있으면 된다. 화려한 무대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년대 당시 유행한 재즈 빅밴드의 연주를 듣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빅밴드 지휘자가 "신사숙녀 여러분, 미스 벨마 켈리의 절망의 쇼를 감상하시겠습니다"라고 관객에게 극 전개를 설명하거나, 배우들이 지휘자에게 연주를 부탁하는 등 일반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재치있는 장면들이 많다. 02-577-1987.

런던=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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