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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 방뇨 방치=강력 범죄 유발?'…뉴욕 경찰 시험대 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노상 방뇨 적발이 많았던 뉴욕 퀸즈의 루스벨트가의 술집 뒷골목.

노상 방뇨가 미국 뉴욕 경찰(NYPD)의 시험대가 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시의회는 노상 방뇨나 길거리 음주, 인도에서 자전거 타기, 야간 공원 체류 등 경범죄에 대해 처벌하기보다는 교통 법규 위반 범칙금처럼 민사법원에 벌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하는 조례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공권력의 후퇴로 받아들여져 자칫 뉴욕의 범죄율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빌 브래튼 뉴욕 시경국장은 5월 시 의회에 서한을 보내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찰의 단속 권한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며 “작은 법규 위반을 단속해 더 큰 범죄를 예방하거나 적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을 신봉하는 브래튼 국장은 노상 방뇨를 범칙금으로 방치하는 것이 더 큰 범죄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무질서한 환경이 개선되면 범죄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뉴욕시는 1990년대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해 범죄율을 급격히 낮췄다. 그러나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엔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2011년을 정점으로 경찰의 범죄자 소환 건수나 체포 건수가 줄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경찰 공권력의 후퇴가 살인 등 강력 범죄의 발생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초 시 의회가 경범죄에 대한 처벌 완화 방침을 밝힌 이후 뉴욕의 범죄율은 소폭 오르고 있다.

쟁점은 노상 방뇨에 대한 방치가 범죄율을 높이는지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상 방뇨로 벌금이 부과된 곳은 범죄 발생률이 높은 곳이 아니라 주로 술집 밀집 지역이었다.

또 노상 방뇨로 벌금을 내야 하는 많은 이들이 학생이나 이민자들,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노상 방뇨에 대한 처벌로 50달러짜리 벌금 티켓을 받지만 이걸 막기 위해 500~1000달러를 주고 변호사를 고용한다. 이력서에 ‘빨간 줄’이 가 향후 채용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상 방뇨 문제 전문 변호사 제이슨 스턴은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나를 찾는다”며 “특히 고객의 대부분은 노상방뇨가 불가피한 택시 운전사들”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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