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서울서만 매일 200명씩 당원 늘어난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북 안동이 ‘새누리당 당원도시’가 됐다. ‘안동 김씨’(김광림 의원)와 ‘안동 권씨’ 두 명(권오을·권택기 전 의원)이 당원 확보 전쟁을 벌이면서다.

 이들 전·현직 의원은 지난 6월 한 달간 ‘책임당원 확보전’을 치렀다. 책임당원은 당비를 내는 당원을 말한다. 그 결과 한 달 만에 각각 2000명이 넘는 책임당원을 모아 7000명 가까운 안동시민이 새로 새누리당 당원이 됐다. 2012년 총선 투표자(7만8603명)의 10분의 1에 가까운 수치다. 권택기 전 의원은 “안동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전부 새누리당 당원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뒤 벌어지는 현상이다. 새누리당의 책임당원 모으기는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①“수도권 1000명, 영남 2000명 모집해야”=완전국민경선은 비당원인 국민도 투표권을 갖는 제도다. 하지만 일반국민이 얼마나 경선에 투표하러 올진 알 수 없다. 그러니 우군이 될 수 있는 책임당원을 미리 모아두는 게 시급하다. 완전국민경선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는 미국식 ‘코커스’(당원경선) 성격이 될 조짐을 보이는 대목이다.

 완전국민경선을 하려면 야당이 동시에 같은 날 경선을 해야 효과가 있다. 새누리당 단독으로 치를 경우 야당 지지자들이 경선에 참여해 경쟁력 없는 후보를 찍는 ‘역선택’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아직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이 불분명하다. 이럴 경우 예전처럼 당원 중심으로 경선을 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일단 ‘내 편’이 돼 줄 책임당원을 모아두는 게 출마 희망자들에겐 필수 코스다. 당내에선 “최소 수도권 1000명, 영남 2000명의 책임당원 확보”라는 ‘기본 스펙’이 회자될 정도다.

 책임당원 확보전은 이달 말까지 절정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기존 경선제도하에선 책임당원이 투표권을 가지려면 6개월 동안 월 2000원씩 당비를 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선거인단은 1월 말~2월 초 확정한다. 역산해 보면 이달 말까지 책임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서울시당 관계자는 “이달 들어 하루 200명 이상 당원가입 신청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②사람 모인 곳 만사 제치고 달려가=책임당원 모집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서울 강남갑 재선 출신 이종구 전 의원은 이미 3000여 명의 책임당원을 모았다. 이 전 의원은 “5월 중순부터 꼬박 두 달을 책임당원 모으기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에 있는 모교(경기고) 후배들 인맥을 총동원했다. 현역 심윤조 의원 측은 "기존 확보한 책임당원 4000명에 이달 말까지 추가모집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지역현안과 일정을 빈틈없이 챙기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15일엔 평일임에도 지역구민들로 구성된 한 산악회 산행에 따라나섰다.

 책임당원으로 가입하려면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를 내야 한다. 서울 강북의 한 출마 희망자는 “지지자들이 ‘어디어디 가면 호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제보해 주면 만사 제치고 달려간다”며 “거의 다 넘어갔는데 마지막 순간에 ‘개인정보를 내야 하면 안 하겠다’고 틀곤 해서 진땀을 뺀다”고 털어놓았다. 제보를 받을 통로가 없는 이들은 ‘무작정 들이대기’에 나선다. 지역 내 아파트를 돌면서 주차된 차량들에 붙어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모아 전화를 걸어 당원 가입을 권유하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아파트를 돌면서 구독하는 신문을 보고 주민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한 뒤 집 초인종을 누른다”고 귀띔했다.

 ③‘현역 블로킹’ 피하자=정치신인들은 힘들게 당원 가입신청서들을 모아놓고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 당원협의회장(예전 지구당위원장)들이 당원가입신청을 반려시키는, 일명 ‘현역 블로킹’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신인들이 대부분 당원협의회가 아니라 상급당인 시·도당 사무처에 서류를 들고 가고 있다. 한 출마 희망자는 “현역 당협위원장들의 견제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