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병마 딛고 일어섰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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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생들이 병마와 싸우거나 재난을 당한 학생을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있다.

대구 수창초등학교 안민수(62)교장은 지난 5일 골육종(대퇴골 종양암)을 앓고 있는 성일(12.5학년)군의 아버지 이주택(43)씨에게 성금 4백90만원을 전달했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은 성금이다.

성일이는 3학년때부터 종양으로 오른쪽 허벅지 밑에서 무릎까지 뼈를 잘라내 다시 붙인 상태. 4일엔 서울 경희의료원에서 6차 마지막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엄청난 수술비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씨의 수입 만으로는 병원비를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씨는 이미 3천만원을 병원비로 날려 전세집을 더 작은 곳으로 옮겼다. 소식을 들은 담임 전덕미(49)교사가 교장선생님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교사.학생들이 모금에 나섰다.

학교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구시내 다른 학교에 공문을 보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곡고.운암고가 이씨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군은 수술 뒤 암만 재발하지 않으면 목발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학교를 다니던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운암고(교장 김정탁) 교사와 학생들도 최근 1학년 승미(16)양의 아버지 윤용식(46)씨에게 4백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승미네가 지난 23일 집과 붙어 있던 공장화재로 가건물 집과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1t트럭이 불타 살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윤씨는 그동안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1t트럭으로 5일장에서 생선을 팔며 1남2녀 등 가족을 부양해 왔다. 자녀 모두 중고생이어서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졸지에 보금자리와 트럭마저 잃으면서 가족들은 모두 승미 고모댁의 방 1칸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평소 명랑하고 학교생활에 적극적이던 승미도 예전과 달리 침울해졌다.

소식을 들은 학생회(회장 김동현.2학년)는 임시대의원회를 연 뒤 모금운동을 벌였고 교사들도 적극 동참했다. 학교 측은 성금의 일부를 수창초교 이성일군에게도 전달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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