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곧신도시의 안타까운 '송도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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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지금이야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달랑 있지만 머지 않아 인천 송도국제도시처럼 바뀌지 않을까요? 기반시설만 제대로 갖춰지면 집값도 꽤 오를 것입니다."

최근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만난 한 아파트 분양 관계자의 말이다. 인천의 교육특구인 송도처럼 '교육도시'로 개발되는 데다 직선거리로 2㎞에 불과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는 "교육 환경이 좋아지면 인근 부천·안산·광명·인천 등지에서 거주 수요가 많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개발 주체인 시흥시는 이 지역을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배움터를 뜻하는 우리말 '배곧'에서 지명을 따온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가 개발 계획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업체 측은 분양 홍보에 나설 때 캠퍼스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며, 이를 크게 부각한다. 연세대 송도캠퍼스 건립을 이끈 송도와 비교하면서다.

왜 그럴까.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송도 아파트값은 주변 지역보다 3.3㎡당 200만~300만원가량 비싸다"며 "송도처럼 학군 수요가 몰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주택 수요자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곧대교 건설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곧대교는 배곧신도시와 송도를 연결하는 길이 1.89㎞의 다리로,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10월 이 교량을 짓는 사업을 제안했다. 다리가 개통되면 송도와 생활 인프라 공유가 가능해져 집값이 오를 것으로 업체는 내다본다.

▲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바라본 인천 송도국제도시. 두 지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황의영 기자]

현지 부동산시장 반응 '냉담'

이들은 '송도 효과'를 배곧신도시의 단점마저 모두 덮을 수 있는 카드로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에 무리하게 홍보를 했다는 지적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서울대 캠퍼스 유치와 배곧대교 건설 계획에 대해 큰 기대는 안 한다"며 "광고를 많이 하긴 했지만, 개발계획이 틀어지는 곳이 어디 한둘이냐"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이전하는 건 거의 확실시됐지만 계획대로 2018년에 문을 열지, 어느 단과대학이 옮겨올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배곧대교 건설 사업도 현재 답보 상태다. 배곧대교 건설 예정지가 습지보전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천경제청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배곧과 연결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송도 주민들의 우려가 깔려 있다.

이번 사례를 보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고 무리했다가 자칫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는 한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업체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섣부른 개발 계획은 논란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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