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로 보는 中 사회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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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에는 '세마리의 뱀(싼탸오서.三條蛇)'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관료의 부패와 탐욕, 가난한 서민들에 무자비한 정부기관,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쌓는 졸부들을 꼬집는 말이다.

검은 뱀은 일반 업자를 상대하는 공상관리국.세무서.경찰 등 검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 흰 뱀은 병원의 흰색 가운을 입은 의료진, 그리고 안경뱀은 안경을 낀 교육공무원 등이다.

검은 제복의 일선 공무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식당.술집 등을 찾아 준조세를 거둔다는 이유로, 의사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싼 약을 덧붙여 내놓는 처방전으로, 선생들은 거액의 찬조비를 학부모들에게 요구하는 비교육적 관행으로 각각 '뱀'으로 몰렸다.

시민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벌금을 물리거나 단속에 나서는 공안(公安:경찰)은 지뢰(雷子)로 불린다.

'중국인 18등급론'도 시류를 보는 중국인의 예리한 시각을 담고 있다. 1등인은 이른바 '일을 저질러도 누군가 항상 보호해주는' 태자당(太子黨) 부류의 고위직 자제들. 2등인은 재산을 축적해 놓고 한가하게 여행이나 다니는 고위층 친인척들이다.

입주자 등쳐 먹은 돈으로 축첩을 일삼는 부동산업자들은 3등인, 매점매석의 귀재인 부도덕 상인들은 4등인이다. '레이펑(雷鋒:1960년대 노동영웅)을 따라 배우며 혁명을 강요당하는' 일반 백성들은 꼴찌인 18등인이다.

인터넷에 오른 '관가(官街)에서의 언행 준칙'은 "상급자에게는 듣기 좋은 말, 여론에는 호언장담, 외국손님에게는 화려한 말, 군중에게는 황당무계한 거짓, 동료에게는 유언비어, 부하에게는 험악한 말, 정부(情婦)에게는 부드러운 말로 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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