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배가 아소 덮치면 나도 달려들어야” … 아베, 집단 자위권 부적절한 비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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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나란히 앉은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아소 다로 부총리 .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불량배와의 싸움’에 비유해 야당으로부터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밤 자민당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새 안보법제에 대해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실명을 들어 비유했다.

 그는 “친구 스가씨가 ‘우리 집에 강도가 들었으니 도와달라’고 전화해도 집까지 가서 도울 수 없다. 이 경우는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는 건방지니까 때려주자는 불량배가 갑자기 앞서 가던 아소씨에게 달려들었다고 치자. 이런 경우 나도 달려들어 때릴 수 있다. 이번 법제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인터넷방송은 자민당이 새 안보법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무력으로 반격하는 권리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정기국회 회기 내 법제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국민들이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사안을 동네 불량배와의 싸움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元?美) 의원은 8일 중의원 안보법제특별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은 잘 공부하고 있다. ‘아소군’ 운운하는 것은 그만 두게 해 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인터넷방송에선 새 안보법제를 주민들이 상부상조 방안을 의논하는 ‘반상회’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리 마련해 두면 유사시에 서로 도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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