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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그로스, 중국 폭락 예상하고도 투자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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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왕’ 빌 그로스가 돈 방석에 올라앉을 기회를 놓쳤다. 중국 증시의 폭락을 예측했지만, 이에 베팅하지 않아 큰 돈 벌 기회를 놓쳤다고 블룸버그가 9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공동창립자 그로스는 지난해 야누스 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그로스는 중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하던 지난달 중국 선전 증시의 폭락을 예상하며 매도(숏)를 권했다. 정보기술(IT)주 위주인 선전 증시는 올 들어 지난달 3일까지 100% 넘게 올랐지만 이후 급락해 최근 한 달 동안 38% 넘게 떨어졌다. 그로스는 당시 “중국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부진하고 다른 아시아 통화와 비교해 위안화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매도 의견을 냈다. 자신의 이런 예측에도 그로스가 투자한 곳은 달랐다.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하락과 중국 증시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도 그로스의 예측은 적중했다. 당시 그는 “일생일대의 매도 기회”라며 독일 국채(분트)의 매도를 권했다. 그는 “독일 국채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만큼 (10년물 국채를) 지금 팔면 조지 소로스가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스의 저주’ 탓인지 이후 독일 국채 값은 급락(수익률 상승)했다. 이때도 그로스가 운용하는 야누스 펀드는 다른 곳에 투자해 2.5%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예측과 투자의 엇박자에 대해 그로스는 “예측에 맞게 제대로 투자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중국 시장은 실제로 내 투자와는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 일(투자)에 집중하지만 독일 국채와 관련해서는 일반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매도를 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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