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어둠 속에서 찾아낸 탈출의 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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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8보(80~94)=하변 흑의 거대 진영에서 꿈틀, 움직인 80. 이 수가 책동의 실마리 될까. 검토실 젊은 프로들의 손길이 다시 분주해진다.

 81의 빈삼각이 최강의 응수. 별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82의 갈고리 같은 선수가 묘하게 신경을 긁는다. 83의 쌍립이 어쩔 수 없을 때 84로 치받은 수가 끈끈했다(이 수로 인해 나중에 92가 선수로 작용한다).

 85는 급소. 여기는 백이 먼저 두면 쉽게 사는 모양이 만들어지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인데 86, 88로 붙이고 찔러간 연타가 짜릿, 짜릿하다.

 87, 89로 가드를 올리는 박정환은 불쾌하다. 이 음습한 느낌은 좋지 않다. 철통같은 내 집 안에서 수세에 몰리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뭔가.

 90의 선수로 삶의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절대 놓아줄 수 없는 처지이니 91로 내려서서 파호하는 것은 당연한데 1선으로 비스듬히 내려선 92가 또 선수. 이제 확실해졌다. 탕웨이싱은 백△로 뛰어두었을 때부터 그냥 버릴 생각이 없었던 거다.

 암중모색, 어둠 속에서 한발, 한발 더듬어 탈출의 미로를 찾아낸 것이다. 93으로 찝을 수밖에 없을 때 방향을 바꿔 슬쩍, 밀고나간 94가 아프다. ‘참고도’ 흑1로 막아야 하는데 그러면 백2 이하 10까지 된 다음 a, b 맞보기로 산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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