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중국 … '공공의 적'] 가짜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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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사이비 기자는 중국 사회의 새 공해다. "

5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이렇게 단정했다. 이른바 중앙지나 전국 네트워크의 방송 기자를 사칭한 사람들이 남을 속여먹고 마시는 정도를 넘어 대담한 사기술까지 동원하는 세태를 개탄한 것이다.

푸젠(福建)성 핑탄(平潭)에서 중앙텔레비전(CCTV) 기자로 행세하면서 가짜 건설 계약서를 만들어 18만위안(약 2천7백만원)을 사기친 한 가짜 기자는 최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언론사 도장을 만들어 마음껏 사용한 두명의 가짜 기자도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등 추문이 줄을 잇고 있다.

사이비 언론인들의 행태는 다양하다. 가짜 명함을 들고 기업 신제품 발표회 등에 참석해 실컷 얻어먹고 마신 뒤 선물을 챙기는 것은 흔한 얘기다. 요즘은 '대가성 뉴스(有償新聞)'라는 사기수법이 곧잘 등장한다.

"홍보 기사를 써주겠다"는 구실로 기업인들을 만나 "이왕이면 잘 써야 한다"며 '윤필(潤筆)'비 명목으로 거금을 받고, 다시 "회사 윗사람에게 기름칠을 해야 한다"며 '통관(通關)비'로 거액을 뜯어낸다는 것.

뒤가 구린 지방의 간부들이 먹잇감이다. "시민 제보를 받았다"며 연락한 뒤 약점을 늘어놓은 기사를 눈앞에 들이밀면서 흥정을 벌이기 일쑤라는 게 중국 언론들의 전언이다. 중국 사회에서 전국적 매체의 기자들은 공산당 중앙이나 중앙정부에 연결되는 통로로 여겨져 지방 간부들은 이들을 잘 대접하려 애쓴다.

가짜 기자들은 관료 부패가 판을 치는 풍토에 기생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사이비 기자도 문제지만 부패에 안주하는 언론의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중국청년보는 전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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