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북한에 주고받든 받고주든 만나서 대화로 더 좋은 방법 찾아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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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30일 "북한에 주고받든(give & take) 받고주든(take & give) 더 좋은 방법론은 남북이 우선 만나서 대화하며 얘기하자"고 말했다.

홍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통일부와 경남대(총장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가 공동 주최한 '2015 한반도 국제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이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주고받기(give & take)를 하려고 하지만 북한은 주고받기(give & take)가 아니라 먼저 받기(take)에 더 관심이 있다"며 "이런 모순을 극복하려면 북한이 먼저 받기를 하고 그런 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도높게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홍 장관에 질문했다.

이에 홍 장관은 "주고받기와 받고주기 사이에 모순성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그래서 (6자회담에서) 동시행동의 원칙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장관은 "주고받든 받고주든 현재 우리 정부는 우선 만나자, 만나야 주고받든지 받고줄건지 생각하고 얘기해보자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오랫 동안 남북 대화가 끊겨 어느 정도 서로가 원하는 어젠다는 알고 있지만 만나서 환경의 변화와 상황 속에서 서로 생각하는 게 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핵문제와 6자회담도 북한에 대화를 하자고 요구하는 것이고 아쉽게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고 있지 않지만 대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할 것이고 인식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과 신뢰구축을 원하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수정할 의향이 있느냐"는 러시아 전문가의 질문에 홍 장관은 "(북한과의) 신뢰쌓기는 포기 할 수 없다. (신뢰프로세스를 수정한) '플랜B'를 생각하기보다는 신뢰 쌓는데 더 큰 노력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홍 장관은 "유럽연합(EU)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데도 북한이 EU와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유럽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면서 "우리도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 평화 통일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2007년부터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데 유럽의 이런 접근 방식은 '비판적 관여(critical engagement)'로 불린다. 홍 장관은 "비판적 관여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면서 "EU 경험을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철기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축사에서 "북한이 이제 핵개발을 그만두고 나오면 국제금융시스템 통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29일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주 수석은 "미래 세대는 전쟁 위험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셉코벨국제대학 학장(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할 지를 중국과 미리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하면 미국의 승리이고 중국의 실패라는 중국의 오랜 생각을 바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급변사태 때 중국이 뭘 할 지 안 할지를 미리 고유해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은 중국에 위협을 가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중국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분단 70년을 맞은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분단 극복을 위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위한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남북이 상호 간에 대화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악순환을 끊을 수 없으므로 관계가 어려울수록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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