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삼성이 계속 성장하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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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어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메르스 사태확산과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두 차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삼성이 변화의 임계점에 서 있는 듯 보인다. 최근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주식의 저평가를 이유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삼성과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삼성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38%)이 '계속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32%)보다 높게 나왔다.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30%)도 적지 않게 나왔다. 국민여론은 삼성의 계속 성장에 대해 약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삼성이 계속성장할 것'이라고 응답한 주요계층은 30대, 50대, 주부, 경제의식이 중간그룹,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그룹, 복지보다 경제를 중시하는 그룹, 소득불평등의 해소보다는 일할 기회의 확대를 원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공동체보수파 성향을 가진다. 소비자, 노동조합, 하청업체를 포함한 모든 거래기업, 정부, 사회일반에 이르기까지 고려하는 이해관계자중심의 기업을 선호하는 계층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여부에 따라 삼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을 보면서 삼성이 개선해야 할 내부과제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외자본에 넘겨줄 수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삼성이 계속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주요계층은 20대, 사무직노동자, 학생, 경제의식이 상층인 그룹,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그룹, 경제보다는 복지를 중시하는 그룹, 일할 기회보다는 소득불평등의 해소를 더 원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복지좌파 성향을 가진다. 주주의 이익과 단기성과에 신경을 쓰는 주주중심의 기업을 선호하는 계층으로 시장정의의 실천여부에 따라 삼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시장정의를 구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대기업인 삼성이 국민여론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삼성이 글로벌대기업이지만 본사가 국내에 있고, 삼성그룹 전체매출액 중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둘째, 삼성은 대한민국 근대화과정에서 국가주도의 계획경제체제를 통해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빚을 졌다. 마지막으로 삼성일가를 빼면 국민연기금이 삼성의 최대주주다.

삼성이 계속 성장을 하려면 삼성본사가 소재한 국가의 주권자이고, 최대소비자이며 최대주주인 국민여론을 중시해야 한다. 어쩌면 삼성이 주목해야 할 경영철학은 이해관계자중심 혹은 주주중심의 기업경영보다는 소비자중심의 기업경영일 것이다.

삼성은 위 조사결과에서 얻은 두 가지 의견 모두를 존중해야 하는데, 이는 삼성 스스로 내부과제를 개선하고, 시장정의를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 기업의 80%가 창업한 지 30년이 못 되어 사라진다. 누가 그 한계수명을 결정하겠는가.

국민여론이 삼성을 장기투자 관점으로 바라보듯, 삼성도 대한민국에 대한 가치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삼성은 대한민국과 함께 동반성장의 길, 새로운 변화의 임계점에 함께 서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 다음 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승계에 대해 국민여론이 어떤지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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