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운동장 밤엔 실내포장마차 … ‘비운의 스타’김종부 새로운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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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운의 축구천재’ 김종부(50·사진) 감독이 이끄는 아마추어 축구팀 화성FC의 반란이 마지막 1분에 무너졌다.

 김 감독이 이끄는 화성FC는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FA(축구협회)컵 16강에서 FC서울에 1-2로 석패했다. K3리그(4부리그) 화성FC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강호 서울을 상대로 후반 종료 직전까지 1-1로 잘 버텼지만 후반 45분 윤주태에게 통한의 추가골을 내줬다.

 화성FC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왕중왕을 가리는 FA컵에서 K3리그 팀으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올랐다. 내셔널리그(3부리그)인 목포시청과 창원시청을 연파했다.

 김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에서 2골·2도움을 기록하며 4강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도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일찍 드러난 천재성이 독이 됐다. 김 감독은 고려대 4학년이던 1986년 프로팀 대우와 현대 사이에서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렸다. ‘역대 최고 조건’을 제시한 두 팀과 협상하다 이중계약 파문을 일으켰고, 1987년 한·일 프로축구 친선전에 대우 소속으로 뛰었다는 이유로 1년간 선수자격을 박탈당했다.

 1988년 포항에 입단했지만 1995년 은퇴할 때까지 81경기에서 6골에 그쳤다. 김 감독은 “스카우트 파동 당시 12㎏짜리 납 조끼를 입고 홀로 훈련했다. 몸에 무리가 왔고 부상을 달고 살았다. 축구에 눈을 뜰 시기에 큰 시련을 맞았다”고 회상했다.

 1995년 모교 거제고 감독에 부임한 그는 동의대 감독 등을 거쳐 2013년 창단한 화성FC를 맡았다. 화성FC는 K리그 챌린지(2부리그)나 내셔널리그 출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하는 선수 등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팀이다. 경기 당일엔 관광버스를 전세 내 이동하고, 선수들은 연봉 없이 승리수당 15만~20만원씩을 받는다. 김 감독도 화성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해 모자란 경비를 충당한다. 김 감독은 창단 2년 만인 지난해 화성FC를 K3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 아쉽게 패한 김 감독은 “훗날 화성FC가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K리그 챌린지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지도자로서는 ‘비운’의 꼬리표를 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제주·전남·인천·울산·성남 등 K리그 클래식 7팀이 8강에 진출했다. 성남은 연장 끝에 영남대에 2-1 진땀승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이 하부리그팀 중 유일하게 16강을 통과했다.

화성=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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