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참사는 정말 남의 일인가|홍성호 외신부 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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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도의 한도시에서 3천명의사망자와 12만5천명의 부상자를 낸 가스누출 사고보도가 있은 다음날 서울의 한가스회사간부가 새벽같이 신문사로 찾아왔다.
대참사를 빚은 공장소유주인미국 유니언 가바이드의 한국자회사라고 찍힌 명함을 내밀기가 무섭게 그는『왜 터무니없는 기사를 내보내 우리회사를 괴롭히느냐』고 다그쳤다.
그의 주장은 인도의 사고공장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한국도 가스누출위험이 있다는 본지의 외신인용보도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우려한것은 이갈은 보도의 여파로 회사제품의 판로가 막히거나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는것보다도 관계당국의 갑작스런 관심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외신보도에 놀란 당국이『왜 보고도 하지않고 그런 위험스런제품을 만드느냐』고 호통을 쳐아닌밤중에 홍두깨격으로 조용하던 회사에 초비상이 걸렸다는것이다. 문제의 가스와는 전혀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단순히 유니언카바이드와관련사라는 이유 한가지때문에 관계도 없는 당국으로부터 위험한 가스를 만드는 다른 회사대신 불호령을 맞은 것이었다.
신문사에서는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외신보도도 확인할겸, 또 그회사와같은 입장에 있는 여러회사의주장도 들어볼겸해서 각 공장에 기자들을 보냈다. 결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스제조및 처리과정이 다르고 안전장치도 2중 3중으로 되어있기때문에 인도와 같은 사고는「절대」일어나지않는다는 이 회사들의 일관된 주장뿐이었다. 기자들이 갖고있는 전문성의 한계, 그리고 각회사들의 안전관리에 대한 과신등으로 심층취재는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한국등 개발도상국의 고위험을 경고한 외신들이 계속해『가스생산처리시설이 미국과 똑같다하더라도 이를 다루는 기술진에 따라 안전도는 달라질수 있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도 우리정부에서는 이를 점검해보기위한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사고가 나자 세계각국들이 앞을 다투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더욱 한심한것은 이를 주업무로 다루어야하는 관계부처의업무한계조차 불분명하여 환경청과 내무부·농수산부등이 시로 자기네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밀어내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위험시설이 비단 농약제품원료로 쓰인다는 메틸 아이소사이어네이트가스공장뿐만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등도 있다.
안전시설을 가장 완벽하게 한다는 미국에서도 드리마일원자력발전소의 사고가 있지 않았는가.소관부처가 없다면 기구를 새로 만들어서라도 국민의안전을 염려하는 일에 적극 나설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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