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모든 훈장은 이면을 갖고 있다』프랑스의 모럴리스트「몽테뉴」의『수상록』에 나오는유명한 말이다. 글쎄…, 어떻게 새겨 들어야할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속 다르고 겉다르다는 풍자가 아닐까.
아뭏든 훈장 좋아하기로는 프랑스 사람 따라갈 사람이 없다. 언젠가 프랑스 주간 르 포엥지는 프랑스 남성이 사회적 지위의 심벌로서 가장 갖고싶은 것이 뭐냐는 조사를한 일이 있었다.
그 첫째가「레종 도뇌르」-. 여론조사(IFOP)비율로 과반수가넘는 53%. 둘째가 풀(수영장),세째가 가정부였다. 여성이 갖고 싶은 사회적 심벌은 첫째가 운전기사 있는 자가용차(51%), 둘째가 보석, 세째가 호와여객선 유람의 순.
바로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레종 도뇌르」는 1802년「나폴레옹」이 제1집정 당시 제정한 훈장이다.
그것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얼마나 선망(선망)의 대상이 되었는지는 이런 스캔들로도 짐작할수 있다. 1880년대, 제3공화국시대「주르·클레베」대통령의 사위는 장인의 위세를 업고「레종 도뇌르」훈장을 하나에 3만프랑씩 받고 팔았다.「레종 도뇌르」는 5등급으로 분류되며 마지막 등급인「슈발리에」훈장은 빨간 리번으로 장식되어 있다.
여류작가「조르지·상드」에게 아마그 훈장이 돌아갔던 모양이다. 「상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붓을 들어 문화상「주르·시몽」에게 편지를 띄웠다.『부탁하오니 제발 훈장만은 그만둬 주세요.「빨간 리번」을 가슴에 달면 술집 여자로 볼테니 말예요.』
동시대의 화가「구스타브·쿠르베」도『국가는 예술에 관해 포상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훈장을 되돌려 보냈다.
「모파상」도 한마디 했다.『문사가 소망하는 것은 첫째가「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의자, 둘째가 평론 집필, 그 다음이「레종 도뇌르」다.』
오늘의 프랑스에서 이「빨간 리번」은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을까. 교통 위반자를 단속하는 교통 순경이 얼굴 한번 다시 쳐다봐줄 정도.
훈장에 인색한 미국에는「아이젠하워」의 일화가 있다.「루스벨트」대통령이 훈장을 주려고 하자『나는 개인적인 영웅주의를 발휘한 얼이 없다』고 사양.
국회의장에게 정부가 훈장을 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가「민선」의원이라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법하다.『나에게 가장 큰 영거가 있다면 국민의 환호 속에서 재선, 삼선의 영광을 차지하는것 이외엔 없습니다.』
이게 어디 먼나라 얘기일수 있겠는가. 여야 국회의원 28명의 무더기 훈장 품신은「빨간 리번」의 얘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