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번질라" 한인사회, 메르스 불안 여전…한국 방문했던 지인·한국인 관광객 기피

미주중앙

입력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한 달을 넘기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남가주 한인사회 곳곳에서도 직간접 피해에 대한 우려와 긴장이 커지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이 한국을 방문하면 "메르스에 조심하라"는 말을 빼지 않고 하는 것은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또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인이나 직장 동료, 한국인 방문자와는 꺼림칙한 마음을 한구석에 담고 대하는 것 역시 일반화됐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나 여행사 관광코스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박모(57)씨는 2주 전 한국에 일이 있어 나간 큰딸이 분통을 터뜨린 일화를 소개했다. "딸이 한국에서 감기가 걸려 병원에 갔는데 가는 병원마다 받지 않으려고 해 수없이 헛걸음을 했다고 알려왔다. 딸이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한인타운에서 일식집을 하고 있는 한 업주는 "평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으나 메르스 사태 이후 손님이 줄었다"고 밝히고 "하지만 한국 손님이 덜 찾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안심되는 면도 있다"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상을 당해 부산에 1주일 동안 다녀온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한국에 가보니 메르스 때문에 사회 전체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에 들어와서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에 기침을 하니 지인들이 즉각 '메르스 검사를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을 방문한 지인이 메르스에 감염된 채 LA로 돌아와 한인사회에 퍼트리는 것이다.

메르스 증상은 기침이나 호흡 곤란 외에도 열이 나면서 무릎과 허벅지에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설사만 하는 경우도 있다. 메르스를 의심해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열이다. 한국 내 환자의 90%가 발열 증상을 보였다.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감염 위험이 크고 천식·기관지염·신부전증·당뇨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8일 한국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강한 방향으로 변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우리의 바람보다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한국은 메르스 발병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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