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로 사진 건넨 윤병세 “아베, 부친처럼 한·일관계 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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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났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1984년 방한했을 당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도쿄 AP=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양국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셉션 교차 참석에 앞서 ‘특사 외교’를 펼쳤다.

 박 대통령의 특사 격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아베 총리의 특사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 의원연맹 회장이 각각 일본 총리 관저와 청와대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누카가 회장에게 “ 뜻깊은 때에 방한을 환영한다”며 “서울과 도쿄에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리셉션에 양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도 의의가 크고 이번 기념일을 계기로 앞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누카가 회장은 “중요한 이웃 관계인 양국이 앞으로도 손잡고 양국 관계의 가일층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아베 총리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저도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있고 양국 관계 개선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양국이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고 공동의 이해를 확대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0년 전 오늘, 양국이 어려운 협상 끝에 한·일 기본조약에 서명함으로써 단절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관계 발전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며 “앞으로 양국이 서로 신뢰를 쌓는 외교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누카가 회장은 역사 문제와 관련, “아베 총리가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국장급 협의를 통해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 정치권 차원에서도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접견에는 서청원(새누리당) 한·일 의원연맹 회장이 배석했다.

 아베 총리와 윤병세 장관의 만남에서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주된 의제였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당면 현안을 잘 해결해 올해가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원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윤 장관을 통해 전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양국 국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다음 반세기를 향해 관계를 개선·발전시키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오늘 도쿄의 리셉션에 참석하고 박 대통령도 서울 행사에 참석한다고 해 기쁘게 생각한다. 양국 간에 여러 과제와 문제가 있지만 과제가 있기 때문에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1984년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작고) 당시 외상이 방한 때 찍은 사진 두 장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한 장은 이원경 외무부 장관과 회담 전 촬영한 사진, 또 한 장은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찍은 독사진이다. 아베 총리는 사진을 받고 활짝 웃으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고 했다. 윤 장관은 “부친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처럼 총리께서도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내 선거구가 조선통신사가 왕래한 야마구치(山口)현”이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가 다자회의에서 만나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 도 편하게 얘기 했다”고 소개했다. 예방은 예정된 시간(15분)을 넘겨 25분 가까이 진행됐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신용호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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