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초기대응 부실 책임’ 정부 상대 첫 소송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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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의료기관을 늑장 공개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위법 확인 청구의 소’를 19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문 변호사는 소장에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기존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간 병원 및 의료기관, 더 나아가 메르스 확진환자의 동선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19일 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법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 20일로부터 19일이 경과한 6월 7일에 이르러서야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및 의료기관을 공개했다”며 “당시엔 이미 총 환자 64명, 사망자 5명, 격리자 2361 (자택 2142, 기관 219)이 발생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문 변호사는 또 “정부가 대통령령 등으로 감염병 발생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구체적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 역시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는 “내가 메르스 확진환자 이거나 관리대상자는 아니지만, 메르스 확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언제든지 감염될 가능성이 있고 메르스 사태로 인해 경제침체 및 생활의 제약 등으로 사실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소송 제기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 소송은 국가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을 사법부 판단을 통하여 확인받고 국가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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