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게 하라, 나라 바꾸기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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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자리로 돌아가라
조윤제 지음, 한울
448쪽, 2만8000원

조윤제 서강대 교수의 칼럼은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내며 경제정책의 안팎을 톺아본 경험 덕분에 시야가 넓다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국가 지배구조 개혁에 공감하는 관료가 많다. 국회 동의가 없으면 어떤 정책도 현실화될 수 없게 됐다. 저자는 “행정부가 지금보다 더 국회의 견제를 받게 하기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의 한 경제부처 장관은 조 교수 입장에 공감을 표하면서 “더 이상 이런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사석에서 하소연했다. ‘관피아’와 공무원연금에 대한 그의 시각도 공무원의 서운한 감정을 달래준다. 제대로 된 보상체계를 만들어 유능하고 소신있는 공무원이 온전히 ‘공복’으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장과 재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치권과 언론보다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으로 국민에 헌신하는 관료를 두는 게 국민경제적인 비용이 적게 든다는 거다.

 저자는 ‘제자리’를 못 지키는 언론에 일침을 가한다. “스스로 경기장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입장과 목표를 관철하려 하기보다 냉정한 관전자와 비평자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민주화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규율과 균형을 세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7년 가까이 써온 칼럼이 묶여 책이 제법 두툼하다. 칼럼집은 일반적으로 인기가 없다. 시대와 호흡하는 칼럼의 주장이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칼럼의 말미에 현 시점에서 저자의 생각을 반추하는 후기를 다는 성의를 보였다. 경제칼럼은 주장이 선명한 정치·사회 칼럼 사이에서 손님을 끌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의 칼럼 제목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식으로 점잖다. 근데 이를 한데 묶어 읽어보니 의외로 새롭다. 저자의 입장과 관심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때로는 신문사 편집 방향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 주장을 꿋꿋이 반복적으로 외치는 저자의 학자적 양심과 함께, 이를 폭넓게 수용하는 신문의 열린 편집도 눈길을 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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