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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르노 야동도 저작권 보호 대상"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정모(41)씨는 낮에는 회사, 밤에는 인터넷 D파일공유 사이트에 불법 야동(야한 동영상)을 올리는 부업을 했다. 정씨가 2008년 6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업로드한 일본 포르노 야동 등 음란 동영상은 4만여건. 다운로드 수익으로 1176만원을 벌었다. 이처럼 불법복제한 야동을 인터넷에 올린 행위는 저작권 침해행위일까.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음란물도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판단해 정씨의 저작권법 위반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117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은 사람의 사상·감정을 말ㆍ 문자ㆍ음ㆍ 색 등으로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담으면 족하다. 내용이 윤리적인지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누드 사진집 등의 저작권을 인정한 적은 있으나 포르노 야동의 저작권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포르노 야동을 제작·유통하면 형법 상 음화제조·반포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 등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은 개별 네티즌은 수사·처벌하지 않는 대신 주로 웹하드 업체들을 음란물유포죄로 기소해왔다. 이는 제작 자체가 불법인 음란물은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때문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정씨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대법원이 불법 야동이라도 저작권자 허락없이 복제해 이득을 취했다면 저작권법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유사한 소송에서 엄밀한 감정을 통해 음란성의 수위가 낮고 예술성이 인정되는 단 3편만을 저작물로 인정했다고 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일본 등 포르노 제작사들의 한국 네티즌 상대 손해배상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일본 야동 업체 16곳은 국내 대형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야동 5000건의 복제 전송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야동의 불법 유통을 차단해 국내 네티즌들을 인터넷 유료 포르노 시장으로 유인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됐다.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는 "외국 포르노 제작사들이 저작권 인정 법리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야동의 제작·유통이 금지돼 있어서 저작권만을 내세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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