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첫 여성 조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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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성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여성 파일럿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24살 하나디 사다가 힌디.

힌디는 현지 주간지 '알자디다' 최신호에서 꿈이 실현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꿈꾼 '비행사 되기'는 쉽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또래 여느 여자애들처럼 그녀는 선생님이 되기로 했고, 우선 메카의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2년 뒤, 푸른 하늘을 날고 싶다는 희망을 접지 못한 힌디는 꿈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을 친구와 친척들에게 애기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냉소였다. "여자애가 함부로 돌아다니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그녀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도전장을 던졌다.

사우디보다 분위기가 개방적인 요르단의 암만에 있는 '중동 비행학교'에 홍일점으로 입학한 것이다. 엄격하고 종교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부모님이 뜻밖에 힌디를 성원해줬다.

마침내 사우디 여성으로선 최초로 비행사 자격증을 딴 힌디는 "기쁨.자부심, 그리고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며 첫 단독비행의 감흥을 떠올렸다. 다시 시작된 그녀의 꿈은 조국에서 조종사로 일하는 것.

그러나 사우디 항공이 여성 파일럿을 받아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젠 "여성이 성공하면 남편 찾기가 힘들 것"이란 시샘 섞인 말까지 듣고 있는 그는 "더 이상 포기와 좌절은 없다"고 말한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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