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흉기 가해자’ 살인미수 영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박영수(63·사법연수원 10기·변호사) 전 서울고검장 피습 사건의 가해자 이모(64)씨에 대해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17일 0시 서울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 앞에서 박 전 고검장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이씨의 자백,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한 상태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흉기 두 개를 미리 준비한 뒤 16일 오후 6시 박 전 고검장의 사무실 앞으로 찾아가 3시간 뒤인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실랑이를 벌였다. 한 손에는 가방이, 다른 한 손에는 흉기가 들린 상태였다. 이씨는 당시 박 전 고검장에게 “당신의 전관예우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랑이 끝에 이씨는 흉기를 빼앗겼지만 숨겨둔 또 다른 흉기로 박 전 고검장을 공격했다. 이씨는 곧바로 도주했으나 오전 4시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씨가 5년 전 송사 때문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위증 교사 혐의로 고소한 ‘슬롯머신 대부(代父)’ 정덕진(75)씨의 무혐의 처분 과정에 정씨의 변호인이었던 박 전 고검장이 전관예우 관행에 기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을 보고 박영수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었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씨는 과거에도 이미 한 차례 흉기를 이용한 상해죄로 실형을 산 전력이 있다. 2008년 12월 정씨와 돈 문제로 다투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 연락책을 하던 A씨에게 “정씨의 비리자료를 내놓으라”며 흉기로 목을 찌르려 한 혐의다.

  박 전 고검장은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박 전 고검장 측 관계자는 “정신적 충격이 커 당분간 지인 면회도 사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사건 당사자가 상대방 변호인의 생명과 신체를 공격하는 사적 보복 행위는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한영익·김민관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