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 '복잡계 과학'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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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유럽연합(EU)은 유럽의 완전한 통합을 뒷받침할 과학 분야 중 하나로 '복잡계 과학'을 들고 있다.

복잡계 과학의 힘으로 경제와 사회, 정보통신.네트워크 등을 합칠 때 일어날 문제들을 예견하고, 해결책을 구할 수 있으며, 또 애초에 문제를 제일 적게 일으키는 통합 방안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은 복잡계 과학이 갓 태어난 데 불과해 유럽 통합에의 활용을 위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쪽으로 EU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복잡계 과학이란 수많은 요소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변해갈지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주가지수나 환율의 변화, 인간 공동체가 생기는 과정, 1조개의 신경세포들이 모인 두뇌의 작용 등이 모두 복잡계 과학의 탐구 대상이다.

유럽 통합에서는 예를 들어 경제 분야에서 어떻게 새로운 물류.유통망을 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산하고 설계하는 데 복잡계 과학이 위력을 낼 수 있다.

KAIST 정하웅(물리학과) 교수는 "EU 소속 국가 간에 소득 격차가 있어 시장을 통합할 때 경제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복잡계 과학은 이런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는 데도 유용하다"고 말한다.

EU 전체의 종합 정보통신망 구축에는 복잡계 과학이 당장 쓰일 수 있다. 네트워크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일부가 고장나도 전체로는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등은 복잡계 과학이 풀어낸 문제다.

포항공대 김승환(물리학과) 교수는 "인간공동체 간에 어떻게 협동과 경쟁이 생기는지를 풀어내는 것도 복잡계 과학의 도전 분야"라며 "복잡계 과학이 사회과학과 결부되면 장기적으로는 소수민족 문제 등의 해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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