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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남해안 수산식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음식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향토의 산물로 그 향토에 어울리게 조리된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10대에 갱년기장애를 일으키는 예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천편일률적인 패스트 푸드 (속성식품)의 선호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향토음식, 그리고 시간과 정성이 드는 조리시간이 곧바로 인간에게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예가 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해안에는 해안마다 특색 있는 수산물이 많은데, 특히 남해의 수산물 맛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같은 생선이라해도 동·서·남해안 생선맛이 다르다는 주장은 남해안 주민들의 주장만은 아니다.
통영과 충무의 생선은 맑고 잔잔한 바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충무 출신 작가 박경리씨도 동해안의 대구와 충무에서 나는 대구의 맛은 큰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대구뿐만 아니라 남해안에는 아귀나 노래미등 못생긴 고기도 맛있게 조리하는 비법을 갖고 있다.
생선이 못생겼기 때문에 오히려 그 맛이 구수하고 담백하며 시원하다는 것이다.
수산물만이 아니라 여객선 부두가 있는 충무에는 여행객들에게 잊지못할 미각이 되고 있는 할매김밥이 있어 낭만을 돋워 준다.
따끈한 흰밥을 속없이 그냥 가늘고 길게 김에 말아 골뚜기(주꾸미)무침과 곁들여 먹는 맛 또한 바닷가의 미각이 아닐수 없다.
뚱보할매집의 2대 주인인 이숙자씨(45)는 할매김밥이 단순한 맛을 최대로 살리는데 비결이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대인 4O년 전에는 김밥 안에 속을 넣어 말았으나 속에 무엇을 넣을 경우 밥이 쉬 상하므로 밥만을 그냥 싸게 되었다고 이씨는 조리법의 내력을 말해준다. 김에 밥만을 싸서 먹어보니 오히려 그 맛 또한 담백하여 양념 잘한 주꾸미무침, 그리고 숭덩숭덩 아무렇게나 썰어 담은 약간 신듯한 무우 깍두기와 멋진 맛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는것.
생선맛이 뛰어난 남해안에는 마산의 아귀탕, 충무의 대구지리, 여수의 노래미탕 등으로 다시 미각이 분류된다.
할매횟집·할매김밥집·초가할매집등 「할매」자가 들어간 식당이 많은 것도 지역적인 특징으로 꼽을수 있다.
또 「할매」자가 붙은 식당의 맛이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할매」라는 낱말이 소박한 정성을 연상케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산에 「진짜 옛날 초가 할매집」란 긴 상호가 붙은 식당은 아귀탕이 유명하다. 이젠 며느리에게 대를 물린 안순희할머니(75)가 30년전 자신이 처음으로 마산에서 아귀탕을 시작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젠 상호가 이렇게 거창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 다.
한겨울 눈비속에서 말린 못생긴 아귀를 1년내내 저장해 두었다가 하룻동안 물에 불려 토막친후 된장국물에 콩나물과 함께 끓여낸 아귀탕의 맛은 과연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을 회상케 한다. <김등자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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