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무원 환자, 삼성서울 방문 보름간 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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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154번 환자인 대구시의 공무원 김모(52)씨가 보름 넘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던 사실을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건당국은 김씨와 함께 응급실에 간 누나(57·110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김씨를 관리하도록 대구시에 통보하지 않았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지난달 27일 어머니의 허리 통증을 치료하러 누나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 김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응급실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낸 뒤 이튿날 KTX를 타고 대구에 돌아왔다.

 다음날부터는 정상 근무했다. 업무차 경로당 3곳을 방문했고 동료들과 회식도 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도 간 것으로 대구시는 파악하고 있다.

 메르스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13일 오전이었다고 한다. 몸이 으슬으슬해 집에서 쉬었다. 열과 오한이 심해지자 김씨는 15일 보건소를 찾았다.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으로 나타나 대구의료원에 격리됐고, 16일 오전 6시쯤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김씨는 “몸에 이상이 없어 삼성서울병원에 갔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항의했다. 한 40대 남성은 16일 오전 김씨가 일하던 주민센터 앞에서 “공무원이 감염됐는데 민원인에게 숨기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대구시는 김씨가 일하던 주민센터를 폐쇄하고 가족과 직장 동료 등 밀접 접촉자 29명을 자가격리했다. 김씨의 가족은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음성 반응을 보였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씨의 누나는 앞서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누나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간 김씨에 대해 자가격리 및 메르스 검사를 조치하라고 대구시에 통보하지 않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애초 삼성서울병원이 만든 응급실 방문자 명단에 김씨와 누나가 빠져 있었다”며 “누나가 확진을 받은 뒤에도 김씨가 함께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보건소는 자가격리 대상자 지침을 어기고 집에서 벗어난 50대 메르스 의심환자(여·강남구 삼성동)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보건당국이 경찰 등을 동원해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적은 있었으나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에서도 자가격리 중이던 조모(40)씨가 고발됐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한 조씨를 이날 오후 7시40분쯤 찾아냈다.

홍권삼·신진호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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