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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수렴으로 「장외정치」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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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차해금으로 정치피규제자는이제 15명만 남기고 모두 풀려났다. 이번에 풀린 84명은 앞으로 두달반 정도후면 실시될 12대총선거에 참여할수 있게 됐지만 남은 15명은 4차해금이 없는한 12대총선거에는 물론이오, 끝내 풀리지 않을 경우 88년2월24일 임기만료에 앞선13대 대통령선거에도 참가할수 없게 된다.
3차해금은 일찍부터 11월 안에는 단행될 것으로 널리 예상돼왔다. 정치인의 지역구 기반은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선거를 두차례 빠지면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는게 통설인만큼 끝내 동참을 거부해야할 사람들이 아니라면 12대 선거전에 풀어줘야 하고, 그 시기도 풀린 사람들이 선거준비를 할수있을만한 여유를 줘야한다는데 누구도 이론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준비를 할만한 시간적 여유는 대체로 3개월이면 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따라서 12대선거가 내년2월중순이 되는 이상 11월 중순에는 3차해금이 단행될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3개월이 2개월반 정도로 줄었지만 당국은 「약3개월」의 여유는 준것으로 보고 선거준비기간이란 면에서 불공정했다는 얘기는 듣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12대총선 출마를 서두르는 해금자들 중에는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불평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3차해금은 지난 1,2차 해금과는 달리 대상자도 99명에 불과했고 풀어줄 사람을 고르기 보다는 풀어줄수 없는 사람을 남겨놓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작업이 비교적 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3차해금을 단행하는데있어 12대선거와 관련된 정치적배려는 일체 하지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특정지역구의 여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특정인을 풀지않았다거나 특정인에게 특별한 정치역할을 맡기기위해 풀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남겨둔 15명은 김종필·김영삼·김대중씨등 이른바 3김씨와△국민적 인상이 나쁜인사△선거보이고트·현정권타도등을 주장하는 강경반체제인사△실정법위반자등이라는 설명이다.
3차해금은 법률적 만기(88.6.30)는 아니지만 정치적 만기에 이르러 정부·여당의 85년 이후의 정국구상과 실무적 현실적 명분·필요성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 이루어진것으로 보인다.
계속 묶인 15명을 구소속별로보면 구여가 6명, 구야9명이며, 구야는△김영삼계 3명△김대중계 4명△김대중계에서 김영삼계로 바뀐사람 2명이라는 분류가 가능할것 같다.
구야9명의 분류는 현재 다소 모호하지만 아뭏든 15명중 10명이 민주화추진협의회 소속이다.
풀린 84명중에는 과거1, 2차 해금때와는 달리 정계의 구심역을 할만한 인물이 다수 있다. 현존정당에 수용되기 어려운 재야정치인구로 보아 12대선거전에 신당이 나올것은 필지의일로 보이는데 3차해금전까지는 사실 신당의 구심점이나 골격이될 인물이 마땅치 않았었다.
이번에 과거 온건야계 인물로 이철승 전신민당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다수 중진급들이 풀렸고, 강경야계로도 이민우전국회부의장등이 나서게 됐으며 조윤형·이기택도 마침내 표면에 나서게 됐다. 구여권에서는 아직 단합된 독자적인 움직임의 기미가 없지만 구야권에서는 기존 해금자들과 함께 이런 인물들을 횡으로 종으로하는 신당추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들이 다양한 구계파와 이해관계를 넘어서 재야단일신당을 만들수 있을지, 아니면 두갈래로 나눠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현재의 정계판도에 큰 변화가 올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재야신당이 나오면 정계는 현재의 민점·민한·국민당외에 신당과 기타 군소정당으로 짜여지게돼 보다더 다당분립적 양상이 되고, 선거에 있어 여야경쟁보다는 야당끼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공산이 다분하다.
85년이후의 정국전개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87년11월초순부터 대통령선거인선거가 가능해지는만큼 12대국회는 때이르게 88년 문제를 직·간접으로 의식하는 정치양태를 보일것으로 예상되고 각당·각파·각인이 제나름대로 정치적 목표를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3차해금은 그와 같은 85년이후의 정국전개와 관련되는 첫 정치일정인 셈이다. 85년이후의 무대에 합법적으로 참가할 정치인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또 제도권정계의 층이 두터워지고 재야의 부피가 얇아진다는 점에서 3차해금은 정기의 「장내수렴」을 크게 한다는 의의도 있다.
당국은 3차해금을 단행하면서 『해금은 구태에 대한 면책이 아니다』고 못박고있다. 풀렸다고 해서 과거의 정치문제점들을 되풀이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의 나쁜점을 청산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전진적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것 이라고 촉구하고있다. 또 「한 시대는 이제 마감되었다」는것이 국민적 합의라면서 오늘이 과거, 그들이 주름잡던 시절의 연장이 아니며, 역사의 페이지가 넘어갈때 사람도 가야 구시대가 청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금자들이 이같은 정부·여당의 지적을 이떻게 받아들일는지는 알수없는 일이나 앞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신구정치스타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주목되는 일이다.
제5공화국 들어 좋든 나쁘든 새로운 정치문화가 형성된 것은 사실인데 정계에 새로 편입된 구정치인들이 여기에 얼마나 적응하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나 88년 문제를 민주적이고도 원만한 방법으로 극복하고 각자의 존재가치를 서로 존중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우리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내는 정치문화를 이룩해 니가야 한다는데는 여야, 신구의 차이가 있을수 없다.
해금정국,나아가 85년이후의 정국에 데해 건강도를 측정하는 기준도 여기에 두어야 할것 같다.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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