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프리카에 먹을 것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상에는 참 좋은 말이 많다.『자비로운 신의 사랑』이라느니 『휴머니즘』같은 말은 그 중에서도 극도로 발달한 기계와 산업문명사회의 인간적인 절망에서 구원의 마지막 서광처럼 빛난다. 그러나 요즈음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참상들을 보면 이러한 최후의 기대와 희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포력과 전쟁이 끊일 날 없고, 이속에서 대량학살이 서슴없이 진행되고 있다. 단 몇발이면 인류를 송두리째 단숨에 절감시킬수 있는 폭발물이 수도 헤아릴수 없을만큼 제조되고 있고, 원시와 조금도 다름없는 영토분쟁도 얼마든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가슴아픈 일은 이디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가 몇나라에서 겪고 있는 극한적인 기아현상이다.
아프리가대륙의 42개 국가중 절반 이상이 수년동안 계속되는 가뭄으로 식량생산을 할수가 없어 굶주림과 질병으로 수천명씩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디오피아만 해도 굶주려 죽음을 앞둔 인구가 7백만명을 넘고 있다는 소식이다. 걸어갈 힘조차 없어 구호식량을 타러가다가 쓰러져 죽는 사람들이 많고, 무덤을 팔 기력이 없어 노천에 즐비하게 버려진 시체들의 텔리비전 화면도 보인다.
살껍질 속의 혈관이 그대로 드러나고, 갈비뼈가 앙상한 어린이를안고 있는 어머니의 절망적인 모습들을 우리는 요즘 각종 매스컴을 통해 보고 있다.
수년동안 계속되는 이러한 삼태를 세계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 더군다나 정치적인 갈등과 체제의 대립이라는 장애도 개재돼 원조작업은 순조롭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기아참상을 보도하다 미국의 한TV기자가 『이제 이지상에는 신도인간도 없다』고 목멘 소리로 부르짖는 장면에서 인류양심은 무엇을 느꼈을까.
구미의 이른바 선진국들은 대부분 영양과잉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증상에 고민하고 있다.
비만증으로 고생하는가 하면, 단백질과 지방분을 과다 섭취해 고혈압과 위장병·당뇨병에 걸려있는 사람들이 많다.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용 음식만해도 상가의 진열잠을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이다.
한쪽에서는 수백만명의 인간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불과 몇시간거리에 있는 지구촌 다른 한쪽에서는 과식과 포식으로 병을앓고 있으니 천혜의 부공평함과 인심의 몰인정함을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것이다. 『자비스런 신』의 손길을 기다리기 전에 우선 급한것이 구 두선이 돼있는 『휴머니즘』의 정체부터 회복시켜야 할것이다.
세계 여러나라들이 뒤늦게나마 식량원조와 굶주린 아프리카인들의 수송에 나서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이들에게 식량을 보내자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온국민이 이에 적극 참여해야겠다.
사는 지역과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능과 기술을 총동원하는 것은 반드시 한 개인, 한 국가의 번영만을 목표로 할수는 없다.
이웃과 이웃나라, 나아가서는 인류전체의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도모하는것이 궁극적인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참된 휴머니즘이다. 천혜의 불공평을 인간들의 협조로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에 대한 인간의 승리가 아니라 신의 뜻에의 호응이 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