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은 대통령 욕해도 안 잡아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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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북정보에 밝은 정부 당국자는 15일 “북한이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를 동원해 남한 내 반정부 시위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 그게 역효과가 나타나 대응책 마련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오바마와 박근혜가 주도해 국제 인권무대에서 우리 공화국의 인권을 흉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주민들이 자국 인권실태에 비판의식을 갖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공감하는 것은 물론 “북한 인권 실태를 알아주는 건 박근혜와 오바마 뿐”이란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최고존엄’으로 떠받들어야 하는 주민들은 특히 남한 내 대통령 비난 소식에 관심을 보인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남한 내 일각의 대통령 비판 시위를 접한 주민들은 “대통령을 욕해도 안잡아가는구나. 북한이었다면 멸족당했을텐데...”라는 말까지 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 A씨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 시위 소식을 접하면서 ‘정부를 비난하며 시위하는걸 보니 남한에는 자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고 말했다. 남한 근로자의 파업 뉴스를 전한 북한TV를 본 주민들은 “노동자의 권리와 권익보호에 대해 알게됐다”며 입소문을 내고 있다고 한다.

 반면 북한 당국의 주민 사상교육은 점차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북 소식통은 “강습자료를 통해 대남비방과 ‘체제우월성’ 교양을 연일 벌이고 있지만 주민들은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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