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문 대표 측근들부터 총선 불출마 선언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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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사진)가 지난 12일 활동 개시를 선언한 뒤 당 내에선 긴장이 감돌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발적 총선 불출마’가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인적 쇄신의 물꼬를 틀 기폭제 역할을 누가 맡을지다.

 이런 가운데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에서 최근 문재인 대표의 핵심 측근들에게 “20대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선언을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14일 “김 위원장 측에서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문 대표 측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이런 요청을 했다”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현재 대표실에서 문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참모진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며 당 내 비노(비노무현)계로부터 ‘문 대표의 비선라인’으로 지목돼 왔다.

 김 위원장 주변에선 최근 “친노(친노무현)계든, 비노계든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희생이 필요하며, 특히 문 대표 측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물갈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김 위원장 측이 요청한 인사들 중 일부는 조만간 불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15일쯤 문 대표가 발표할 당직개편을 둘러싸고도 ‘총선 불출마’가 화두로 떠올랐다. 총선을 진두지휘할 사무총장직에는 ‘정세균계’ 또는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3선·경기 남양주갑)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력이 있다. 대선 당시 문재인 선대위에 소속됐던 그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불출마가 사무총장직의 조건처럼 비춰지면서 비노계 내부에서도 “우리 중 한 사람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총장직을 맡자”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문 대표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엔 김한길계인 박광온(초선·경기 수원정) 의원 등이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7·30 재·보선 때 김한길 전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문재인 “김경협 발언, 대단히 부적절”=혁신위원회가 첫 회의를 연 12일 비노계를 ‘세작(細作·간첩)’에 빗댔던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는 정당에서 당연히 비노는 당원 자격이 없다… (비노는) 새누리 세작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 하다가 들통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이 “정치를 가장 어렵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한 것은 막말이다. 당 내의 아무리 못마땅한 사람도 새누리당과 비교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데 이어 14일엔 문 대표가 직접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분열을 막고 단합해야 하는 시기에 주요 당직을 맡고 계신 분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단합을 저해했다”고 비판했다. 강창일 의원은 “문 대표가 김 의원을 직접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해야 한다”며 “김 의원은 본인 발언에 대해 ‘결과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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