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감수하고 환자 돌본 ‘메르스 병원’ 지원법 국회 통과 시급

중앙선데이

입력 2015.06.1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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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 07면

지난 2일 부산시 사하구의 한 내과의원에 고열환자가 찾아왔다. 임홍섭(52) 원장은 환자를 면담한 뒤 그가 메르스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하고, 인근 대학병원의 정밀 진단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했다. 임 원장은 대학병원에 환자를 보내기 전 세 가지를 당부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택시를 타면 차량번호와 기사 이름을 외워두고 ▶병원에 도착하면 외래진료실을 거치지 말고 응급실로 곧장 가라는 내용이었다.

임 원장의 신중한 대처로 부산 지역의 급속한 감염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그가 운영 중인 내과의원은 현재 휴업상태다. 자가격리 중인 임 원장은 중앙SUNDAY와의 문자메시지에서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며 “호흡곤란이나 기침 같은 전형적인 증상은 없었지만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하거나 환자 이송을 거부한 의료기관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낙인’을 감수하고 의료인으로서 책무를 다한 의사와 의료기관들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격려가 쏟아진다.

메르스 사태가 계속되면서 임 원장 같은 ‘선한 사마리아인’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법제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임 원장 말대로 책무를 다하고도 감내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원책이 없으면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 보건당국에 보고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환자를 거부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어서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발의된 법안 가운데 감염병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의 피해 보상을 명시한 것은 두 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비례대표) 의원과 새누리당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두 법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전염병을 치료한 의료기관에 유·무형의 손해를 보상하도록 명시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감염병 대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안들도 발의돼 있어 9월 정기국회 전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두 의원은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의 경제적 피해보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을 때 의료기관들이 책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감염병이 발병했을 때 병원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하면 조기에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도 “메르스 이후에도 감염속도가 빠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는데 병원들의 손해를 보전할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정부와 보건당국의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치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병원들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발병 초기 다른 지역 메르스 환자를 이송받아 인터넷에서 찬사를 받았던 인하대병원 대외홍보실장 송준호 교수는 “환자 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병원 본연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후회하지 않고 있다”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치료병원은 감염위험이 없다는 정보를 정확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메르스 권역집중치료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12일 감염위험이 없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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