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초토화된 LA·샌프란시스코 대지진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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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초토화된 LA·샌프란시스코 대지진 현장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

규모 9.0 이상의 대지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면?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6월 3일 개봉, 브래드 페이튼 감독)는 눈앞에 그 살벌한 광경을 펼쳐 놓는다. 할리우드 재난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캘리포니아주의 1000㎞를 가로지르는 단층대)을 통째로 무너뜨린 것이다. 영화는 LA와 샌프란시스코가 차례로 쑥대밭이 되는 장면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가족을 구하려는 구조 헬기 조종사 레이(드웨인 존슨)의 이야기가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건 맹점이지만, 볼거리만큼은 진기한 게 많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수차례 재현된 대지진 시뮬레이션을 한 단계 진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샌 안드레아스’에서 온몸을 찌릿하게 만드는 장면을 꼽아봤다.

1 네바다주 후버댐 붕괴│지진 규모 7.1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영화는 대지진의 전조 증상으로 콜로라도강 중류의 유명 관광지인 221m 높이의 후버댐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댐이 아래로 꺼진 뒤, 물을 밖으로 토해내면서 댐 위의 도로와 안쪽 터널을 산산조각 내는 장면은 입이 떡 벌어 질 만큼 무시무시하다.

HOW TO 대형 야외 주차장에 긴 도로를 만들어 댐의 상층부를 완성했고, 촬영용 진동 바닥 위에 댐 안쪽 터널을 제작했다. 그 위에 CG(컴퓨터 그래픽)를 덧입혀 붕괴 장면을 완성.

어디서 봤더라 ‘대지진’(1974, 마크 로브슨 감독). 이 영화에선 할리우드 언덕에 있는 멀홀랜드 댐이 무너지며 LA가 물바다로 변한다. 댐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붕괴 장면을 촬영했다. ‘샌 안드레아스’에 비하면 스펙터클은 떨어지지만, 40년 전 영화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

2 LA 도심 붕괴│지진 규모 8.5

본격적으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움직인다. 부감으로 잡은 LA가 파도처럼 요동치고, 고층 빌딩이 비스킷 바스라지듯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장면이 장관이다. 헬기로 건물 옥상에 있는 아내를 구출한 레이가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건물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갈 때, 스릴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HOW TO 벽의 미세한 금부터 흩날리는 먼지까지 거의 모든 숏에 시각효과를 덧입혔다. 디지털로 구현한 도심 붕괴 장면은 무척 세세하다. 자세히 보면 현대식 건물이 옛날 건물보다 천천히 무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드웨인 존슨은 연일 그린 스크린 앞에서 헬기·경비행기·보트를 타야 했는데, 땅 위를 걸어다닌 건 단 3일뿐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2012’(2009,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순간, 규모 10.9의 지진에 LA 전체가 푹 꺼지는 장면은 종말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3 샌프란시스코 쓰나미│지진 규모 9.6

LA에서 30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에 강진이 한 번 더 발생하고, 곧 대형 쓰나미가 몰려온다. 15층 건물 높이의 파도가 2800m 길이의 붉은색 금문교를 통째로 덮치고 도시를 쓸어 버린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HOW TO 제작진은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를 담기 위해 16m 길이의 실제 구조물을 세웠다. 다리 양쪽에서 촬영한 다음, CG로 다리의 규모를 키웠다.

어디서 봤더라 ‘해운대’(2009, 윤제균 감독). 부산 광안대교에 쓰나미가 덮치고, 파도에 실려온 대형 선박에서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지는 장면은 ‘샌 안드레아스’가 따라한 것처럼 비슷하다. 물론 스케일은 ‘샌 안드레아스’가 압승이지만.

4 건물을 덮친 쓰나미와의 사투

고층 빌딩으로 피신한 레이의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는 쓰나미 때문에 14층에서 물세례를 맞는다. 배 갑판에서 바닷물과 사투를 벌이는 듯한 광경이 건물 안에서 펼쳐지는 것. 익사 위기에 처한 딸을 살리기 위해 레이는 보트를 타고 부리나케 달려온다.

HOW TO 제작진은 바닥이 위아래로 11도씩 기울어지는 대형 세트를 세웠다. 570만 리터의 초대형 물탱크를 설치해 물을 실어 날랐고, 바닥의 기울기를 바꿔가며 수심을 조절했다. 소품과 배우들까지 포함해 전체 무게가 10만5000㎏에 달했다. 탱크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실제로 배우들은 공포에 떨며 연기했다고 한다.

어디서 봤더라 ‘베이트’(2012, 킴블 렌달 감독). 밀려오는 쓰나미 속에 식인 상어까지 있다면 최악이다. 바닷물이 도시를 덮치는 모습은 ‘샌 안드레아스’가 더 입체적이지만, ‘베이트’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상어 때문에 심장이 조마조마하다.

-이런 대지진, 정말 가능한가요?-
영화를 보면 더 궁금해진다. 과학 교육 전문가 장풍에게 물어본 대지진 Q&A.

Q ‘샌 안드레아스’의 지진 규모는 9.0 이상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인가.

A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가 9.0이었다. 9.0은 전기 에너지로 환산하면 미국 전체가 7.1일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다. 한 가정이 2100만 년 동안 쓰고도 남을 전력이랄까.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3만1882번 터뜨린 것과 맞먹는다.

Q LA 등 캘리포니아주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던데 실제로도 그럴까.

A 인구 밀도가 높고 고층 건물이 많은 대도시라면 피해가 더 클 것이다. 빌딩이 반으로 갈라지고, 솟아오른 땅에서 지하철이 튀어나오는 장면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거기에 가스·전기 시설의 파괴로 화재나 정전·감전 사고까지 발생하면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이 영화는 대도시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Q 샌 안드레아스 단층은 실제로 위험한가.

A 현재 과학 기술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250년간 샌 안드레아스 단층 남부 쪽에 대형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뒤틀림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는 데이터 증거도 나오고 있어 여러 지질학자가 조만간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Q 한국은 대지진에 안전한가.

A 1980년 평안북도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 가장 큰 규모였다. 한반도는 판의 경계에 위치하지 않기 때문에 규모 9.0의 대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 안전지대는 아니다.

글=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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