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전화한 아버지, 아들 신고로 처벌됐다 … 당신의 생각을 쓰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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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버지가 아이의 만류에도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 전화를 한다. 참다 못한 아이가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해 처벌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800자(한글로는 2000자 안팎) 이내로 논술하라.”

 지난 7일부터 3일 동안 실시된 중국의 대입 학력고사 가오카오(高考)의 전국 공통 작문 문제다. 법치와 윤리 사이에서 수험생들의 사고를 묻고 있다.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해 10월 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강조한 법치가 있다. 국가의 정책을 대입 시험 문제에 반영해 학생들의 동참과 이해를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가오카오 통치술이다. 왕쉬밍(王旭明) 전 교육부 대변인은 “부모가 법을 위반했을 경우 (법과 윤리 사이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지 묻는 문제로 청소년들이 고민해볼 만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제출한 공통 작문 시험은 “우리가 왜 책을 읽느냐”에 대한 논술을 요구했다. 시 주석은 평소 “독서가 리더십 수준을 결정한다. 독서는 (리더의) 책임이다”라며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공산당은 매년 두 차례 당 간부들의 필독서를 발표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은 푸젠(福建)성 작문 문제로 출제됐다. “원래 길이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길이 생긴다. 세상에 갈 수 없는 길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 할 뿐이다”라는 지문을 주고 작문을 요구했다.

  베이징에서는 남송(南宋)의 충신 악비(岳飛) 등 중국의 영웅들을 나열하고 “이들과 하루를 같이 지낸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베이징에서는 “주위에서 ‘영혼에 각인된 사랑’의 대상을 제시하고 이유를 설명하라”는 문제도 출제됐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조급한 결혼관을 경계하는 문제이다.

 산둥(山東)성에서는 “수세미와 콩 넝쿨이 서로 얽혔는데 아이는 이를 잡아떼려 하고 아버지는 무엇이든 무리를 하면 안 된다며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라”는 문제를 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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