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대응, 모든 정보 공개부터 … 30년 과학기자의 교훈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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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9일. 서울 코엑스에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외국인이 유독 많았다. 마스크를 쓴 이는 없었다. 8~12일 열리는 세계과학기자대회(WCSJ 2015)에 참가중인 전세계 과학, 의학, 환경 분야 전문기자들이다.

 이중에서도 데보라 블럼(61·사진)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교수(저널리즘)를 단독 인터뷰했다. 영장류 연구의 윤리 문제를 다룬 보도로 1992년 퓰리처상(심층 보도 부문)을 받고,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낸 스타 기자·저술가다. 미국 국립과학작가협회 회장, 세계과학기자연맹 이사도 지냈다. 지금도 뉴욕타임스 블로그에 글을 쓴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메르스가 퍼진 한국에 오는 게 꺼려지지 않았나’라고 묻자 “오기 전 감염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작은 전염으로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 그 말을 믿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되신 분들은 고통이 클 거다.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자에게는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 왔다” 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 언론의 메르스 보도에 일각에선 ‘공포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보도와 공포심을 조장하는 보도에 차이가 있다고 보나.

 “어려운 질문이다. 정직한 보도는 언론의 책임이다. 위험이 뭔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보도해야한다. 아무리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도 공포 조장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있다. 결국 대중이 정보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최악은 상황을 보도하지 않는 거다.”

 - 30년 넘게 과학기자로 활동하면서 전염병 보도와 관련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질병이 진행단계에 있을 때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 감염 가능성이 큰 지역이 어디이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뭔지 투명하게 공유돼야한다. 미국 정부는 특정 정보를 공개하기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언론이 정보를 공유해 담당자들의 책임의식을 높인 적이 있다. 또 환자가 감염됐다면 정말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위험한지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한다. 지금은 흑사병처럼 모든 이를 죽이고 있는 질병은 아닌 것 같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의사 출신 기자가 ‘마스크를 써도 완전히 안 맞는 상태에서 쓰면 보호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 마스크를 어떻게 쓰는 게 바람직한지까지 써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할 것 같다.”

 - 스타 과학기자로 꼽힌다. 퓰리처상도 받았는데, 비결은.

 “난 전국 신문에서 일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지역지에서 일했다. 가장 잘 아는 걸 쓰고자 마음 먹었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소재를 찾고, 철저하게 조사하는 편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데스크도 설득한다. 온 머리 속에 프로젝트가 가득 차 있었다.”

 - 월스트리트저널, 네이처, 뉴욕타임스 블로그 등 여러 매체에 기고했는데 차이가 있나.

 “뉴욕타임스는 더 진지한 톤이다. 에디터가 3, 4번이나 본다. 인터넷에선 여러 글쓰기 실험을 한다.”

 그는 7월부터는 MIT대 과학저널리즘 프로그램(Knight Science Journalism Program)의 디렉터로 일할 예정이다. 식품 안전과 규제 관련 책도 올 여름에 낸다. 그는 8일 대중 강연에서 “과학과 사회를 종단하고 횡단하며 두루 이해하는 기사가 대중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상황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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