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 NIE] 바닷물 온도 올라가서 올해 장마 늦어진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수퍼 엘니뇨 경고

동태평양인 페루 연안에서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는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사진 위) 하지만 중앙 태평양 지역에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를 크게 높이기도 한다. 학계에선 변칙적인 엘니뇨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가뭄·폭우 등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수퍼 엘니뇨’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여름 북반구에 엘니뇨가 지속할 확률은 90%, 올해 내내 지속할 확률은 80%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의 페루 연안에 해당하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 0.5℃ 이상 올라간 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지구 대기와 해류의 순환에 영향을 끼쳐 전 지구에 걸쳐 가뭄·폭우·태풍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엘니뇨는 한국에도 영향을 끼쳐 늦은 장마와 수퍼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교과서와 언론, 각종 연구자료에 기초해 엘니뇨의 원리에 대해 알아봤다.

맨 왼쪽이 평소 적도 부근의 온도 분포. 가운데가 엘니뇨, 오른쪽이 라니뇨 발생 당시 온도 분포다. 빨간색이 고온, 파란색이 저온을 가리킨다.

대기·해류 순환으로 지구 에너지 평형 유지

지구는 위도에 따라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이 다르다.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저위도 지방에서는 입사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이 방출되는 지구 복사 에너지의 양보다 더 많다.

반면에 고위도 지방에서는 방출되는 지구 복사 에너지의 양이 입사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보다 더 많다”고 설명한다. 적도는 에너지 과잉이, 극지방은 에너지 부족 현상이 벌어진다.

위도에 따른 에너지의 불균형 상태는 대기와 해류의 순환을 만들어 낸다. 공기는 기온이 높은 적도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간 뒤 지구의 남쪽과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던 공기는 점차 식어 위도 30°부근에서 일부 공기는 하강 기류가 돼 지표면으로 내려온다.

북반구에선 이 중 일부는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적도를 향해 남서쪽으로 이동하는데. 이 바람이 무역풍이다. 나머지 공기는 고위도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북동쪽으로 분다. 한국 등 중위도 지역에서 부는 편서풍이다. 극지방에서 위도 60°사이에는 북동풍이 분다.

대기의 순환은 해류의 순환을 낳는다. 수심 250m까지의 표층 해류는 바람에 의한 마찰력에 의해 발생한다.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불면서 바닷물을 때리면 마찰력이 발생해 바닷물도 바람의 방향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과학』 교과서는 “아열대 해상에서 무역풍은 저위도의 바닷물을 서쪽으로, 편서풍은 중위도 지방의 바닷물을 동쪽으로 이동시킨다.

이들은 대륙 가까이에서 남북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어 북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순환하면서 흐른다. 이러한 해류의 순환으로 저위도의 열은 고위도로 이동하게 된다”고 적고 있다. 대기와 해류의 순환 덕에 저위도의 과잉 에너지가 고위도로 운반돼 지구는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지구의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방향을 나타낸 교과서 속 그림.[사진 교학사]

남미 해수면 이상 고온이 낳은 엘니뇨 현상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는 평상시의 기후라면 동태평양인 페루 연안은 건조한 날씨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는 습하고 강수량이 많은 날씨가 이어진다. 이는 무역풍에 의한 해류의 이동 때문이다.

위도 30°부근에서 북반구에선 남서쪽으로, 남반구에선 북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적도 상의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낸다. 서태평양 해역은 따뜻한 해수층이 두터워지고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강수량이 많은 기후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페루 연안은 해수면 온도가 낮아 건조한 날씨가 된다.

엘니뇨는 이런 정상적인 대기와 해류의 순환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수년을 주기로 무역풍이 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서쪽으로 따뜻한 해수를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고 따뜻한 바닷물이 동태평양에 쌓이게 된다.

서쪽의 따뜻한 해수층은 평소보다 얇아지지만 동쪽의 따뜻한 해수층은 평소보다 두터워진다. 태평양 서쪽은 평소보다 해수면 온도가 내려가고 반대로 동쪽은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태평양 중앙부터 동태평양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수개월 이상 지속하는 엘니뇨가 발생한다. 페루 연안에선 이런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 엘니뇨 현상을 판단하는 표적 해역으로 페루 연안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해 학계에서 수퍼 엘니뇨를 예상하는 이유는 바로 페루 연안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통상 페루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0.5℃ 이상 상승한 상태가 6개월 이상이면 엘니뇨로 판단하는데, 지난해부터 상승한 온도가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수개월 안에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엘니뇨는 전 지구적으로 기상이변을 동반한다. 교학사 고등학교 『지구과학 Ⅱ』 교과서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강수량이 감소하여 가뭄이 발생하고,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면에 적도 태평양 중부, 멕시코 북부와 미국 남부, 남아메리카 중부 등에서는 고온 다습한 기류로 인해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보이면서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고 썼다.

엘니뇨와 반대 현상도 있다. ‘라니냐’다.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해져 서태평양의 따듯한 해수층이 더 두터워지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태평양 서쪽은 평소보다 해수면 온도가 더 올라가고, 동쪽은 더 떨어진다.

이 때문에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일대에 홍수가 빈번해지고 아메리카 서해안 지역엔 가뭄이 자주 발생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학계에선 보통 2~7년 단위로 엘니뇨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선 장마철 소멸까지 대비한다던데

엘니뇨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1997~98년 발생했던 엘니뇨는 큰 피해를 남겼다. “호주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절벽 위 집들은 바다로 휩쓸렸고, 콜롬비아와 페루에선 폭우로 산사태와 심한 홍수가 발생했다.

세계 전체에서 사망자가 약 2만3000명, 피해액이 33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중앙일보 뉴스위크 2014년 7월 28일 ‘PERISCOPE CLIMATE-슈퍼 엘니뇨의 습격?’)

이런 현상은 주로 대양 연안의 신흥경제국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79~2013년 사이 엘니뇨가 전 세계 21개국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엘니뇨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 국내총생산이 연평균 0.35%나 떨어졌다. 칠레·아르헨티나·페루·뉴질랜드도 국내총생산이 0.07~0.19%까지 감소했다.

“동남아에서 코코아·팜유·천연고무·커피·면화·원당 등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미주에서는 소맥·대두·옥수수 등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비철금속 가격 상승도 나타난다.”(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2014년 7월 14일 ‘람보르기니를 타는 농부의 시대가 올 것인가? - 농산물·원자재 가격 급등 주의보’)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에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한국도 엘니뇨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구과학Ⅱ』 교과서는 “밀·콩·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들 작물의 생산국인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수확이 줄어 곡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 가격 부담이 커진다”고 말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더 늦어져 중부지역 가뭄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엘니뇨로 인해 하와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져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퍼 태풍도 예상된다.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 강력한 태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엘니뇨·라니냐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 재난과 이상 기후로 인한 경제 불황에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부·기상청은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좀 더 꼼꼼히 예측하고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웃 일본은 30년간의 장기예측을 통해 ‘장마철 소멸’ 가능성을 내다보고 재난대응체계와 농업정책을 손질해 왔다.”(중앙일보 2014년 7월 12일 ‘때 이른 폭염, 마른 장마…한반도 심상치 않다’)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자문=서울 동북고 강현식 과학 교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