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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탈영병들 7명 인질 대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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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군산=모포일·최천식기자】민간인 3명을 사살하고 도주 중이던 무장탈영병 2명이 14일 상오 군산시내 지하다방에서 여학생과 종업원 등 7명을 인질로 잡고 출동중인 군경수색대에 총질을 계속하고있다. 무장탈영병 박영규(19)·김선종(21) 하사 등 2명은 14일 상오6시55분쯤 전북 옥구군 회현면 증석리 구복부락 앞 증석교 부근에서 군산시내로 들어가던 전북여객소속 전북5자 l046호 시내버스(운전사 윤자록·32)를 탈취, 군산시 경암동 시외버스터미널 앞까지 몰고 가게 한 뒤 상오7시20분 차에서 내려 터미널건너편 문화여관건물 지하에 있는 약속다방(주인 황병기)에 들어가 버스승객인 여학생과 종업원 등을 인질로 잡고 출동한 군경수색대와 대치중이다.
군경은 박·김 두 명에게 투항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이들은 군산경찰서장실에 전화를 걸어 『우리 애인들을 다방에 보내주지 않으면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하고있다. (14일 하오 2시 현재)
무장 탈영병들은 버스탈취에 앞서 12일 하오7시30분쯤 탈영병수색 비상근무로 집을 비운 전북 옥구군 회현면 증석리1구 구복마을 김용호순경(29·군산미원파출소근무) 집에 들어가 김 순경의 어머니 손양순씨(58)와 여동생 정란양(21)등 모녀를 소총으로 위협, 손씨에게 밥을 짓게 하고 딸 김양에게는 소주를 사오게 해 술을 마시며 손씨 집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 14일 상오6시50분쯤 손씨 모녀를 끈으로 묶어놓고 집을 나섰다.

<버스탈취>
탈영병 2명은 14일 상오6시55분쯤 전북 옥구군 회현면 증우리 구복부락 증석교 앞에서 증석리 종점을 떠나 군산으로 가던 전북여객소속 전북 5자 1046호 시내버스를 총으로 위협, 차를 세웠다.
탈영병 중 1명은 모자를 안 쓴 군복차림이었고 다른 1명은 하의만 군복을 입고 있었다.
운전사 윤씨에 따르면 버스에 올라탄 이들 중 군복차림의 범인이 자신의 옆구리에 총을 겨누고 『군산으로 가자』고 요구했으며 다른 1명은 뒷좌석으로가 승객들을 자동소총으로 위협했다.
범인들은 승객 중 젊은 청년 1명을 버스바닥에 무릎을 꿇리고 운전사 윤씨에게 『말을 듣지 않거나 펑크를 내면 이 사람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버스 안에는 남자차장 정기완씨와 배경숙양(중앙여고1년) 등 여중·고교생 6명과 군산대생 1명. 남자승객 l명 등 운전사 윤씨를 포함해 10명이 타고있었다.
범인들은 군산시내로 들어가면서 버스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군산시내외곽의 임시검문소를 그대로 통과, 검문에 불응했다.

<다방점거>
범인들은 상오7시20분쯤 버스가 군산시내로 들어가 경암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이르자 느닷없이 차를 세우게 했다.
범인들의 갑작스런 요구에 윤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어 버스가 거의 인도를 침범할 정도로 급정거하자 범인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버스를 내려 범인 중 1명은 터미널 맞은편 4층 문화여관건물1층 유진슈퍼마키트로 들어갔고 다른 1명은 유진슈퍼지하 약속다방으로 승객들을 끌고 들어가려 했다.
이때 승객 배양과 강영태씨(38·회현면 증석1구 구복부락)등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고 김현숙양(중앙여고1년)과 서미화양(군산여고1년), 회현중 3년생들인 양미애(l5) 나심순(15) 심미정(l5)양, 군산대 사범학과 오준원양(22) 등 승객 6명을 총으로 위협, 다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경찰은 버스승객 6명 이외에 다방종업원 진모양 등 인질은 7명으로 확인했다.
한편 차에서 내리자마자 유진슈퍼로 들어간 범인은 먹을 것으로 보이는 물건을 한 봉투 돌고 나오며 5∼6발의 공포도 발사하며 약속다방으로 들어갔다.
유진슈퍼마키트 뒤에 있는 전북여객 기사숙소에서 잠을 잔 뒤 근무를 하기 위해 걸어나오다 범인과 맞부딪친 박종인씨(46)는 『군복차림의 범인이 「난리를 한번 쳐야겠다」고 중얼거리며 다방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통화>
탈영병들은 약속다방으로 버스승객들을 데리고 들어간 직후인 상오7시25분쯤 인질 중 여자를 시켜 군산경찰서 교환(③3004)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 교환양 허영숙양(29)이 전화를 받자 전화를 건 여자는 범인 중 1명에게 전화를 바꿔주었고 범인은 대뜸 『나 탈영병인데』라고 말해 허양이 당황하자 『야, 나 탈영병이란 말이야. 제일 높은 사람 바꿔』라고 해 전화를 상황실로 연결해주었다는 것이다.
범인들은 상황실로 전화가 연결되자 『우리 부대장을 바꿔라』고 요구했고 서장실에 있던 부대장이 전화를 받자 『왜 우리 어머니를 붙들어 놓고 가두방송을 시키느냐, 우리어머니를 풀어줘라. 그리고 우리애인 이모양(19·K여고3년)과 정모양(21)을 다방으로 보내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범인 중 박영규 하사가 상오8시5분쯤 다시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박은 부대장이 전화를 받자 『애인을 데려 오라』고 요구, 여단장이 『이리와 군산에 있으니 40분 정도 걸린다』고 하자 전화를 끊었다.
박은 5분쯤 후(상오8시10분) 다시 전화를 걸어 『왜(애인들을) 빨리 데려오지 않는 거냐. 누가 우리에게 사격을 하고있다. 누구 한 사람 쏘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상오9시34분 다시 전화가 연결돼 범인 박 하사의 애인 정양이 『박 하사를 바꿔달라』고 말하자 김 하사가 전화를 받고는 『잔소리 말고 약속다방으로 나오라』고 말한 후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총격>
버스에서 내려 약속다방으로 들어간 탈영병들은 상오7시35분 바깥쪽을 향해 2발의 총을 쏘았고 상오7시42분쯤 약속다방 터미널쪽 유리창을 통해 1발을 발사, 자신들이 타고 온 버스의 운전석 유리창이 박살났다.
상오7시52분 군 트럭 2대가 현장에 도착, 군인들이 주위를 포위하는 낌새를 챈 범인들은 상오 8시6분 3발씩 2차례 연속사격을 바깥쪽으로 퍼부었다.
상오9시8분 다방 안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상오9시13분쯤부터 대치중인 군인들이 깡통 등을 옆 건물인 문화목욕탕 쪽으로 던지자 범인들은 10여 발을 연속적으로 사격했다.

<현장주변>
범인들이 다방을 점거, 군경과 대치를 벌이는 바람에 시외버스를 이용, 등교하려던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등 큰 혼잡을 빚자 터미널 측은 상오10시10분쯤 주차장 뒤쪽 벽돌담을 헐고 임시 통행로를 마련, 시외버스를 임시운행 하고있다.
탈영병들이 점거하고있는 약속다방 주변에는 버스승객과 시민 등 1천여 명이 몰려 초조하게 군경대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범인들이 제일 먼저 들어갔던 유진슈퍼 등 이 일대 50여 개 상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범인이 점거하고 있는 건물 2층의 문화여관 투숙객과 4층에 살고 있는 주민 등 15명은 상오9시30분쯤 건물뒤편 비상구를 통해 무사히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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