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에 10여년간 성매매 알선… 돈까지 훔친 50대

중앙일보

입력

동거녀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돈까지 훔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005년부터 40대 동거녀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현금 2200만원과 5000만원이 든 통장 등을 훔친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04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피해 여성을 처음 만났다. 무직자였지만 자신을 “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며 IBM 한국지사로 파견된 회사원”이라고 소개했다.

동거를 시작한 뒤 A씨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아버지는 미국에 거주하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한국에 나와서 오갈 데가 없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몸이 좋지 않다”며 동정심을 유발한 뒤 이혼 후 혼자 어렵게 살아가던 피해자에게 “성매매로 돈을 벌어서 노년을 대비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여성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한다.

A씨는 본격적으로 성매수자 찾기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5년 1월부터 컴퓨터로 여성을 가장해 채팅 사이트에서 직접 성 매수 남성들을 모집했다. 여성은 A씨가 모집한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했고 돈은 절반씩 나눠가졌다.

약 8년간 별 탈 없이 이뤄지던 둘의 동거는 지난 2014년 갑자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A씨가 피해 여성이 고향 집에 다녀온 사이 약 8년간 모아둔 서랍 속 현금 2200만원과 통장에 입금된 돈 5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A씨는 “미국에 계시는 아버지가 암에 걸려 위독하다. 내가 그 돈으로 치료시켜 효도하고 싶다. 다녀와서 꼭 갚겠다. 미안하다”는 장문의 편지만 남긴 뒤 연락도 끊어버린 뒤였다.

경찰은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최근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훔친 돈으로 보증금 8000만원 짜리 전세방을 얻어 또 다른 여성에게 접근해 동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전 피해 여성이 당했던 방법과 똑같이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가로채왔던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위조 신분증 4개, 대포폰 9대, 대포차 1대를 갖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A씨와 10년간 같이 생활했는데도 위조 신분증으로 살았던 탓에 인적사항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성을 매수한 남성들도 파악해 수사할 예정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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