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켠 현대차 … R&D비 빼고 경비 30%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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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경상경비 30% 감축 등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최근 국내외 판매 부진에 따른 위기 대응책이다. 현대·기아차가 경상경비를 한 해에 30%나 줄이기로 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8일 “그룹 최고경영진이 그만큼 최근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327만493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338만5534대)보다 3.2% 줄어든 수치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다임러는 올 1분기 판매량이 13.4%가 늘고, BMW 는 8.2%의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라이벌로 여기는 폴크스바겐 역시 판매대수가 1.9%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분기 8.95%였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7.58%로 1.37%포인트 떨어졌다.

 비상경영에 따라 경비는 줄이지만 연구개발비는 계획대로 집행한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4년 간 총 80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완성차 개발에는 27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여기에는 무인자동차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종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포함된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화하고 평균연비를 25%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현대차 측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와 전기차, 무인자동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이라며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만큼 아무리 어렵더라도 연구개발비는 아끼지 않겠다는 게 최고경영진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또 미국 시장 판매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딜러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적다보니 그만큼 판매에 불리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미국 자동차 가격비교업체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자동차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2661달러였지만, 현대차는 대당 2345달러에 그쳤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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