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교육문화기능 소홀"|유네스코「사회 속의 예술」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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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도시와 문화를 이어서 생각하려는 경향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문화환경」의 조성은 80년대의 중요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도시를 공학과 행정의 전유물로, 문화는 예술과 인문사회분야의 전문영역으로 엄격히 구획하던 종래의 관념에서 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우리가 향유한 생활상의 약간의 여유▲70년대 이후 활발한 참여지향적 문예운동▲88올림픽에 따른 도시환경정비 등을 들고 있다.
강홍빈씨(서울대환경계획연구소설계부장)는 지난 8, 9일 열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사회 속의 예술』심포지엄에서 『문화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는 하나 이것이 조직적인 운동으로 성숙하기엔 아직 거리가 멀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도시환경과 문화를 개념적으로 통합하는 이론적인 체계도, 개별적인 시책들을 묶어 통일성을 제공할 정책방향도 정립되지 못한 상태라는 것.
강씨는 아직도 생각과 실천의 초점이 「환경의 문화화」에 있지 않고 「문화의 환경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도 우리의 도시환경이 아직 「문화이전」의 상태, 즉 「먹기 위한」도시의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진단한다.
도시문화의 중심적인 가치를 전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경제활동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교육문화기능은 가장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학교이전부지는 기업사옥으로 변하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모아서 대단위로 만들고는 땅 값의 압력을 구실로 도시의 변두리로 몰아낸다. 서울의 강남외곽에 짓고 있는 현대미술관과 예술의 전당을 그 예로 들었다.
도시의 자연과 역사환경에 손을 가하면 오히려 더 조잡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이들에 대한 내재적 가치보다 관광자원으로서의 상품가치에 더 욕심을 두기 때문이다.
또 경제활동의 주역이 되지 못하는 계층, 즉 노인·어린이·여자·신체장애자에겐 도시공간과 시설이 극히 인색한 반면 「즐거움」을 파는 위락기능만이 비대해지는 현상을 낳고 있다.
강씨는 『우리에게 환경문화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말은 곧 추구하고자하는 환경의 이상이 없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일 것이 없으면서 보여야될 위치에서 나타나는 게 바로 허장성세』라며 이런 현상은 흔히 관이 무엇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들 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이러한 문제가 정책결정과정의 비민주성과 경직성에서 연유한다고 진단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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