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기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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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2명의 탈영병에 의해 3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앗긴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들은 『변심한 애인을 혼내주기 위해』부대에서 소총 1정과 실탄3백40발을 가지고 이탈, 오토바이를 탈취하려다 거부하는 주민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도주했다.
한편 탈영범들을 잡기위해 수색근무에 나선 장병들이 검문에 응하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목고 가던 청년 1명에게 발포하여 사망케 한것 역시 없었으면 좋았을 불행한 사건이었다.
국대는 장병들의 군기관리와 부대의 무기관리를 생명처럼 중시할 때 비로소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수 있다.
그러나 이번 탈영병사건은 이 두가지가 모두 허술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얼마전 동두천에서 부대 장병들이 집단적으로 민가촌에 나와 소동을 벌인적이 있었으나 큰 피해없이 수습된 이후는 군의 대민 사고는 별로 없던터에 이번에 의외의 유혈사고가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학원소요다, 경기위축이다 하여 우리 사회는 그렇게 밝지 못한 편이다.
이럴 때일수록 군만은 정연한 자세로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불변의 사명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것이 온 국민의 한결같은 기대다.
지금 우리 장병들은 과거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우선 그들은 고졸이상의 고학역자들이다. 그만큼 그들은 배울만큼배웠고 여유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청년들이다.
그들은 또 우리경제의 고도성장기에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으며 자라온 산업사회 출신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태는 지금 군지휘관들이 속해있는 기성세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같은 변질된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이 따르지 않는한 장병들의 관리는 실효가 수월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여러차례 강조해온 바와같이 우리 국군은 세계적으로 막가을 자랑할 정도로 강대하고 성숙됐다.
이런 거대, 강대 규모의 군지휘관일수록 엄할때는 엄하고 유할때는 유한 덕장의 자지을 갖추어야한다.
검문 군인들에 의한 피살사건은 아직 상황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아 몇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발포사건의 발생시간은 12일상오 3시쯤이다. 썰렁하고 어두운밤이었다. 검문 장병들은 피로해 있을 때였고 그 청년은 갈길이 바빴을 것 같다. 사고지역에서 검문을 거부한 행위는 그 거부사실이 틀림없다면 용납될수는 없다.
그러나 그 청년이 아무리 차를 몰고 있었다해도 길을 막고 행했을 검문에 어떻게 불응할수 있었을까, 불응할 경우 강제검문을 할수는 없었는가, 혹시 어두운 밤이어서 정지명령이나 수하를 알아차리지 못한것은 아니였는가, 굳이 발포하지 않을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위급했는가, 다음 검문소에 연락하여 도주한 청년을 검거할수는 없었는가 하는 기대를 거둘수가 없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중범을 저지른 범인이 도주하거나 타인의 생명·재산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우려가있는 상황에 한하여 다른 방법이 없을때 무기를 사용해야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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