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신기술] 방사선 피폭 줄인 혈관조영장치 나와…칼 안 대고 종양 괴사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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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
회 김재욱 홍보이사가
혈관조영장치를 이용해
자궁근종 색전술을 시
술하고 있다.
[사진 민트영상의학과]

칼을 대지 않고 자궁근종을 치료한다? 요즘 부인과 분야의 종양 치료 경향이 바뀌고 있다.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 대신 괴사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자궁근종 색전술이다. 색전술을 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장비가 있다. 첨단 영상장비인 혈관조영장치다. 문제는 혈관조영장치가 X선 촬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환자는 방사선 피폭을 걱정해 시술을 망설인다.

최근 피폭량을 크게 줄이고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장비가 개발돼 자궁근종 색전술의 빠른 보급이 예상된다.

자궁근종은 종양의 위치·크기, 증상, 환자 나이를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증상이 없는 환자는 정기검진을 통해 경과를 관찰하면 된다. 하지만 근종이 크거나 증상을 유발할 때는 치료 대상이다.

예전에는 배를 열거나 복강경을 이용해 종양을 떼어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혈액(산소·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해 종양을 굶겨(?) 죽인다. 장점은 수술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자궁근종 색전술은 실시간 투시촬영 영상을 보면서 진행한다. 우선 사타구니 부위를 통해 1~2㎜의 얇은 의료용 관을 자궁동맥까지 삽입한다. 이곳에 조영제와 색전제를 주사한다.

조영제는 모니터상에 혈관을 까맣게 표시해 혈관 크기와 모양,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색전제는 종양과 연결된 세부 혈관을 막고 혈액의 유입을 차단한다. 종양은 영양분 공급이 끊겨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수축한다. 까맣게 쪼그라들다가 결국 괴사한다.

이처럼 색전술은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칼을 대지 않아 신체에 부담이 적다. 출혈도 미미해 회복이 빠르다. 개복수술은 1~2주간 입원해야 한다. 반면에 색전술은 3일이면 충분하다.

가장 큰 장점은 자궁의 기능을 보호한다는 점.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김재욱(민트영상의학과 원장) 홍보이사는 “절개하지 않아 배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며 “몸과 회복기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 직장인이 특히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자궁근종 색전술을 진단·치료하는 혈관조영장치는 X선 영상을 기반으로 한다. 자궁근종 색전술 환자가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는 이유다. 최근 영상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방사선 피폭량을 크게 줄인 혈관조영장치(도시바의 Infinix-i)가 나왔다.

환자의 방사선 피폭 면적을 기존 장비 대비 최대 90%까지 줄였다. 기본 X선 영상을 고정한 후 필요한 부분만 재촬영할 수 있는 신기술 덕분이다.

또 방사선 촬영 시 피폭량이 가장 많은 피부 표면을 실시간 3차원으로 영상화한다. 시술 중 피폭량이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시술 시간을 단축해 환자의 방사선 노출을 줄일 수 있다.

혈관조영장치의 일부인 탐지기(C-arm) 기술이 발전해서다. 5개의 축을 가진 탐지기가 검사대를 움직이지 않고 모든 방향에서 환자의 전신을 감지한다. 환자나 의료진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시술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도시바 김형주 X선 사업개발팀장은 “진단·치료 분야에서 혈관조영장치의 사용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 개발에 따라 의사의 사용 편의성과 환자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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