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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이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요즘 고만 고만한 여자애들의 이름 중에서 가장 흔한 이름자가「은」자다.
은진, 은정, 은경, 은영, 또「은」자를 거꾸로 넣어서, 지은이, 영은이… 등등.
모두 무척 예쁜 이름들이지만 너무 흔한게 탈이다. 저집아이가 은정이었지? 아니야 은정이는 이집아이 이름이잖아. 그럼 은진이었던가?
영자, 영숙이가 한반에 둘셋은 되었던 우리들의 학교시절에 어쩌다 예쁘고 현대적인 이름을 대할때면 무조건 그애가 예뻐보였던 때가 있었다.
어째서 우리 부모님들은 이렇게 함부로 흔하디 흔한 이름을 지으셨을까? 『나는 이다음에 딸을 낳으면 그야말로 예쁘고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지어 주어야지』하는 생각은 나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은」자가 들어가면 이름이 무척 사랑스럽고 단아해진다.
그래서 나도 처음 딸애의 이름을 이것저것 고른 끝에 영은이라고 지었다. 그렇지만 정작 호적에 출생신고 하신 할머니가 사례금까지 주어서 지으신 이름이「영희」다.
흔하게 들어온 이름이라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사이「영희엄마」라고 불리는 사람은 그리 흔치가 않다.
영자, 영숙, 정숙이 세대가 커서 고심끝에 지어낸 이름들이 또 하나의「은」자 돌림시대를 만들었다는게 무척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렇듯 이름에도 유행이 있는 모양으로 돌고 도는게 유행이 아니던가?
남보다 앞서는 재주가 없을바에는 옛것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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