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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살냄새로 익어가던
뜨거운 보리밭골
귀에 밟히는 솔바람 소리에
오늘도 성채를 돌아
기북루에 오른다.
맨살의 바람에
잎잎으로 살아나
초롱불 돋우며
높여 가던 그 의기
시대의 빈자리에서
소리 없이 울어 온 음계.
흙에서 살을 받아
목숨으로 부비면서
아비는 자식을 낳고
자식은 또 자식을 낳아
그토록 오오랜 세월
지켜 온 울안이여.
몇 번을 돌고 돌아도
다함이 없는 그리움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어
갈매빛 짙어 온 자리
산그늘이 내린다.

<약력>▲1944년 고창출생▲고창고·서울대사대·고려대교육대학원졸업▲민족시백일장장원▲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시조집 『걸어가는 나무들』냈음▲동신실업전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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