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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새 수상 「라지브」가 풀어야할 일|인종·종교 분쟁이 가장 큰 골칫거리|끊임없는 분리운동의 "비극"계속|시크교 요구 들어주면 타동족도 목청 높일 듯|굴복도 탄압도 할수없는 진퇴양난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7억 통치의 대권을 넘겨받은 「라지브」수상은 어머니「간디」수상이 남겨놓은 영광과함께 고통의 유산을 거머지게 됐다.
「라지브」수상이 해결해야될 최대과제는 인도 독립때부터안고 있던 골칫거리인 인종과종교분쟁.
인도아대륙은 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때부터 종교문제로 인도·파키스탄·실론(현재의 스리랑카)의 3개 국가로 나뉘는 비극을 겪어야했다.
독립당시 1천2백만의 주민이 그들의 종교에 따라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민족대이동이 단행됐다. 이 와중에서 증오와 불신, 그리고 살육이 뒤따라 5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65년에는 캐시미르 귀속문제로, 71년엔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 문제로 인도와 파키스탄은 전면전쟁을 치러야했다.
캐시미르문제는 49년 유엔의 결정으로 현재까지 북서쪽 3분의1지역은 파키스탄의 지배아래, 그리고 나머지3분의2지역은 인도의 지배아래 들어가 있지만 분리독립운동은 끊임없이 계속되고있다.
지난 7월초에는 「간디」수상이 캐시미르 자치주의 「타루크·압둘라」수석장관을 해임한데 대해 항의하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캐시미르 분리독립주의자들은 테러단을 조직, 지난1월 런던주재 인도외교관이 이들에게 암살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와의 문제는 한층 심각해 인도중앙정부에 큰짐이 되고 있다.
작년2월 인도동부 아샘주에서 5천명이 학살되는 인종폭동은 방글라데시로부터 흘러들어온 벵골인 피난민 문제가 도화선이었다.
힌두교도인아샘족과 이슬람인 벵골족간의 반목은 독립이래 심화된 것으로 현재30만의 벵골주민들이 인도정부의 보호아래 수용소생활을하고 있어 언제 또다시 폭발할지 모를 상황이다. 지난 4월에 인도서부 최대의 도시인 봄베이에서 일어난 인종폭동도 힌두교와 회교도간의 종교분쟁에서 비롯됐다.
인도남부의 고원과 해안지대를 따라 살고있는 4천만의 타밀족은 2천5백년동안 독자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하면서 독립적인 생활권을 형성해온 민족이다. 이들 역시기회있을 때마다 분리독립을주장하고 있다.
작년8월 4백명의 희생자를 낸 스리랑카 인종폭동은 타밀 나두주출신 힌두교도와불교도 원주민사이의 충돌로빚어진 것이다. 이때 인도의타밀나두주로 쫓겨온 스리랑카의 타밀인들은 테러를 일삼으며 타밀의 분리, 스리랑카 복귀를 외쳐 인도와 스리랑카 양국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번 「간디」암살사건을 일으킨 시크교도들의 반인도운동은 가장 심각한 지역분육확의활동으로 강경파 시크교도들은 칼리스탄이라는 국가를 세워 망명정부를 런던에두고있다.
이들 시크교도들은 독자적인 아칼리달당을 만들어 인도중앙정부를 향해 정치적 투쟁을 벌이는한편 폭력을 서슴지않고 있다.
지난6월 시크교도들의 본거지인 펀잡주수도 암리트사르 황금사원 폭동사태도이러한 맥락에서 벌어진것이다.
시크교도들은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인도의 자치주로 남아 있기를 주장하는 온건파간에 서로 내분을일으겨 유혈사태를 빚기도 했다. 시크강경파들은 지난2년간 펀잡주에서 수백건의 폭단테러·암살·강도사건을 벌여왔다. 달칼사는 그들이 조직한 테러단체다.
이밖에도 비록 소수이지만북동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인도공산주의자들과 인도남부의케랄라주분리주의자들의 테러활동도 인도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있다.
고 「간디」수상은 이같은 종교및 인종문제로 야기되는 내분외환을 때로는 화해와 희유로, 때로는 강압수단으로 대처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성격상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데 인도의 고민이 있다.
인도전문가들은이번「간디」수상 암살사건이 인도역사의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있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간디」가 대영독립투쟁에서 비폭력주의를 채택한 이래 인도정치의 밑바닥에는 평화와 비폭력원칙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인디라·간디」수상이 테러에의해 암살된 지금「라지브」신임수상이 계속이같은 원칙을 지켜나갈지는의문이다.
「라지브」신임수상은 정계일선에 나선이래 국민단합을 첫번째의 정치목표로 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부르짖었다.
어머니밑에서 충분한 정치수습을 받기도 전에 이같은난제를 유산으로 물려받은「라지브」수상은 분리주의자들의요구를 들어줄수도, 그렇다고이들을 계속 탄압할수도없는진퇴양난의 어려움에 놓여있다.
시크교도들에게 굴복할경우다른 분리주의자들의 목청이높아질것이고, 탄압하면 유혈사태가 계속될것이 분명하기때문이다.
「라지브」수상은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내년1월의 총선을 무사히 치러야할과제를 안고 있다.
「간디」암살사건으로 빚어진 국내소요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게 되면 더 큰 혼란을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규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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