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날」에 생각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활된후 첫번째「학생의 날」을 맞았다.
76년 유신체제하의국무회의가 「각종 기념일들에 관한 규정」을 의결하면서 폐지한지 11년만이다.
그 사실 자체는 하나의 역사적 의미를 찾을수 있다.
「학생의 날」을 없애야했던 유신정권의 명분이 결코 오랜 세월동안 지속될수는 없었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학생의 날」은 원래 6·25전쟁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던 53년에 국회의 결의로 제정되었다.
1929년에 일어났던 광주학생들의 반일시위운동을 기념함으로써 민족의 자존심과 독립의지를 영원히 후세 학생들에게 고취하려는 원대한 기대를 담았던 기념일 제정이었다.
이민족의 식민통치를 받아야했던 부끄러운 한시대에 민족자존의 긍지와 부당한 억압들을 극복하려는 젊음의 용기가 단합된 민족의 저항에너지로 폭발했던 그날의 의미를 세세손손 후손에게 전하려한 민족정신고취의 갸륵한 뜻이 거기에 있었다.
그 때문에 이날은 분단의 현실속에서도 우리 체제의 젊은이들에게 민족의 정통성과 국가수호영 순수한 애국의지 그리고 불의에 대한 불굴의 저하정신을 심어주는데 큰몫을 했었다.
그에 비해 지난 11년동안 이날을폐지했던것은 실로 부당하고 명분없는 조처였다.
역사의 진실과 민족정기의 발양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던「학생의 날」의 의미를 한 정권의 취원에서 왜곡·구주시켜, 폐기했던 과오는 또 하나의 민족적 비극이었다.
그 점에서 보면 오늘 학생의 날의 부활은 구부러졌던 민족정신을 바로잡고 움츠러들었던 역사 명분을 회복시킨 장거라 할수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 부활된「학생의 날」을 어떻게 유지, 고취해서 더욱 값있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 항일 민족독립의 의지로 폭발했던 젊음의 정열이 민족단합과 발전의 의지로 승화되길 기대하게된다. 당면한 우리의 과제는 우선 민족의 화합이며 사회정의의 실현이며 나라의 발전으로 요약되고 있다.
그것은 민족의 주체성과 체제의정통성을 고양하여 궁극적으로 분단된 나라의 통일을 가져와야한다는 목표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오늘 비록 「학생의 날」은 부활되었지만 아직 정부나 전국 규모의 기념행사로 정착하지 못한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단위의 기념행사로나마 학생의 날의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는 알찬 결실이 있기를 바랄뿐이다.
다만 기대되는것은 「학생의 날」의 근본정신을 올바로 고취·확대하는것이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정부가 적극적이고 자신있는 시정을 해야겠고 아울러학생들 자신이 이날의 의미를 새겨 자주구애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중요한 것은 기념행사가 아니라 우리 젊은 세대들이 민족의 현실과 장내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토모로 역사의 책임감을 심화시킬 자기 반생과 수련의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부활된 학생의 날을 기념하면서 사회와 학생들이 그런 계기의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