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분야별 일문일답] 정국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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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취임 1백일(4일)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1년차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경제안정, 서민생활의 안정으로 설정했다. 이라크전 종전, 재정의 조기집행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 수출 둔화까지 겹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할 위기 속에서 '경제살리기'에 국정 역량을 총투입키로 한 것이다.

盧대통령은 2일 "경제의 불확실성과 관련, 가장 효과있는 처방은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며 "전체의 경제 흐름과 분위기는 내 자신이 지속적으로 다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이 경제살리기의 만병통치약으로 기대한 대목은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였다. 盧대통령은 성장잠재력, 장기적 체질강화에 도움이 되며 물가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경기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대기업의 투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대기업 회장들과의 오찬에 이어 이틀 연속 우회적으로 대기업의 투자를 호소한 것이다. 대기업의 요구사항인 법인세 인하 문제에도 이전의 부정적 입장과 달리 "좀 더 토론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반면 盧대통령은 "서민생활의 가장 큰 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꼽았다. 경기침체.저금리 등으로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악순환을 끊고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국정 추진력의 발목을 잡는 한 요인인 이기명(李基明) 전 후원회장의 용인 땅 매매 관련 의혹 등에는 격앙된 톤으로 야당과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전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99년 옷로비 사건 당시 "언론의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급격히 국정장악력이 떨어졌던 선례에 비춰 국민 정서를 어떻게 수용하고 대처해야 할지를 해결과제로 남긴 셈이다. 이에 더해 대기업 투자를 꺼리게 한 요인인 현 정부의 헷갈리는 노사관과 위기 관리 시스템의 불안감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경제살리기'의 주요 변수로 지적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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